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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짓거리 그만하라" 근무 의사 명단 공개한 아카이브 사이트 경찰까지 조롱…수사기관, 용의자 32명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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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의사 블랙리스트 43건 수사의뢰…업데이트도 수사 진행"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8 사진=연합뉴스

속보=근무 중인 의사들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의 한 사이트가 경찰까지 조롱해 보건복지부가 수사 기관에 추가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정 사이트의 의사 블랙리스트 업데이트를 지난 14일 확인해 당일 업데이트된 전체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며 "현재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정부는 의사 블랙리스트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간 복귀해 근무 중인 전공의와 교수 등의 리스트를 유포한다든지 의사 커뮤니티 내에서 공개 비방한 43건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기관에서는 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총 32명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 사태 이후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7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근무 중인 의사들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텔레그램 채팅방, 아카이브 사이트 등으로 공개 경로를 옮기고 전공의에서 전임의(펠로), 의대교수, 공무원과 기자 등으로 대상이 넓어지더니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위기가 커지자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명단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응급실 의사 명단을 공개했던 아카이브 사이트인 '감사한 의사 명단'은 여론의 비판과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응급실 의사 명단을 삭제하는 등 내용을 업데이트한 명단을 다시 게시하면서 경찰을 향해 "헛짓거리 그만하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의료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채 진료 중인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매주 업데이트하는 아카이브 사이트 '감사한 의사 명단'에는 파견 군의관 등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올라왔다.

명단에는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식으로 근무 의사의 실명이 적혀 있다.

또한 의료현장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래디컬 패미니스트", "싸이코 성향", "불륜 의심", "오지라퍼" 등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아울러 "복지부 피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인근 지역 구급대 및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등의 표현도 함께 적혀 있다.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서울 지역 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한 군의관은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글이 게시되자 병원 측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당직 서며 응급실 정상화 위해 노력 중", "x번 연장", "8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쓸모없다'라고 판단돼 대체자 없이 지자체로 복귀한 와중에 유일하게 병원에서 쓸모를 인정받아 1개월 더 연장한, 정말 감사한 선생님입니다" 등의 표현이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또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의대생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감흥 없다"는 등 패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젊은 의사 중심의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등의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국민을 '견민',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칭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의대생은 최근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이라며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의대생은 "(개돼지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며 "그러면 치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일단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에 안도와 감사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의대생 게시판에 "조선인들 죽는 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뉴스에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적었다.

다른 의대생도 "견민 개돼지들 더 죽이면 이득"이라며 의대생 동료들을 향해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무조건 사회의 후생을 조져버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게 복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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