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매우 향미하고 송기(松氣)가 있다. 산중 고송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송기를 빌려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송이에 대한 설명이다. 다양한 문헌에도 송이는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대대로 왕에게 진상하던 귀한 식품으로 나와 있다. 조선의 영조 임금도 “송이, 새끼 꿩, 고추장, 생전복은 네 가지 별미라 이것들 덕분에 잘 먹었다”고 하며 지극히 아꼈던 음식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송이는 동해안에서 태백산맥, 소백산맥에 이르는 적송(赤松) 숲에서 많이 난다. 송이 중에 으뜸은 단연 양양송이다. 양양송이는 버섯 자체에 수분이 적어 딱딱하며 향이 깊다. 그 맛과 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6년 산림청 임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양양송이를 공판하는 양양속초산림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송이 판매금액만 19억원에 달했다. 지역 송이 채취농가의 가을철 짭짤한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등급 송이 1㎏ 낙찰가는 16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지역 송이 채취농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전체적인 송이 채취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정작 물량이 적어 많은 송이 채취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도 산림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송이 채취량은 4,000㎏이다. 지난해 15만3,000㎏ 대비 약 40배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송이 채취량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산림과학연구원은 올 9월과 10월 강수량 부족과 지속적인 고온 현상 등이 버섯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양양지역 총강수량은 35.5㎜로 지난해 431㎜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평균기온도 2도가량 높았다.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 무더위가 송이 생육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상고온 등 기후 변화로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양양송이가 자취를 감출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