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보건교사 부족, 학생 건강권보다 중요한 건 없다

의료 대란으로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강원지역 산간벽지학교 2곳 중 1곳은 상주 보건교사가 없어 학생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문정복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산간지역 초·중·고교 130곳 중 절반이 넘는 67곳에 상주 보건교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6학급 이상 과밀학교에 역시 보건교사 2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36학급 이상 과밀학교 20개교 중 2인 이상의 보건교사가 배치 완료된 학교는 올해 4월 기준 17곳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이 보건교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육부의 학교 응급처치대응매뉴얼에 따라 미배치 학교마다 보건업무 담당 교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방역과 학생안전 관리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도내 보건교사 부족이 내년에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가 최근 2025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모집공고에서 강원지역 보건교사 13명 선발을 고시했다. 이는 2024학년도에 모집한 23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보건교사는 보건교육과 학생건강 관리를 담당하는 학교보건의 핵심 인력이지만 대체가 힘들다. 보건교사가 병가를 내거나 휴직하면 신규 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이 대신해야 하는데 도내의 경우 기간제 교사 지원도 적어 학교보건에 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도내 농어촌의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교사가 없을 경우 교내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건교사 부족은 당장 개선돼야 한다.

학교 안전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도 늘고 있다. 만성질환 학생에 대한 건강서비스 확대와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따른 외상환자도 많아졌다. 게다가 학교생활 중에 힘든 일, 학폭, 가정 문제, 교우 문제, 수업 부적응 등을 이유로 보건실을 찾는 학생도 있다. 따라서 보건인력 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교직원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도교육청은 보건교사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는 강원지역 시골 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이 최하위 수준임에도 교육 당국 차원의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도 보건교사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이들과 교직원들의 건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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