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일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한 뒤 긴급체포해 동부구치소로 이송했다. 비상계엄 사태 닷새 만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사실상 주도한 인물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이날 오전 7시 52분께 "형법상 내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긴급체포했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이 고발된 형법상 내란 혐의가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이고 관계자들과의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이 국민적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이날 오전 1시 30분께 스스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해 조사받은 뒤 6시간여 만이다.
특수본은 비상계엄 집행을 주도한 김 전 장관의 진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김 전 장관 측과 일정 조율 끝에 이날 자진 출석 형태로 소환했다.
특수본은 전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계엄군이 진입하게 된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최근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증거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수본은 조사 후 김 전 장관이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1대를 압수한 만큼 포렌식 절차를 거쳐 메신저 대화 내용 등 복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물적 증거를 분석한 뒤 피의자 등 관계자 조사에 나서는 것이 통상적인 수사 순서지만, 특수본이 출범 이틀 만에 김 전 장관을 전격 소환한 데는 사건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이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실체를 규명하려면 핵심 당사자인 김 전 장관의 진술을 먼저 확보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국회에 투입된 군 지휘관들은 앞다퉈 언론이나 야당 의원들과 인터뷰에 나서며 엇갈린 발언을 내놓고 있다.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을 만나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받았지만, 위법이라는 판단에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지휘를 받은 이상현 1공수여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문을 부수고 들어가거나 전기라도 끊어서라도 표결을 막으라'는 전달사항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두고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간에도 진실 공방을 벌어지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했고 조 원장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입장이지만, 조 원장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은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정치인 등을 체포하란 명령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또 홍장원 전 1차장이 자신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에 특수본은 비상계엄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부터 진술을 확보한 뒤 관계자들 진술과 물적 증거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을 형법상 내란죄 등 혐의로 고발하자 사건을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튿날 김 전 장관이 전격 면직되자 검찰은 즉시 그를 출국금지했다. 6일에는 검사, 수사관, 군검찰 파견인력 등 60여명이 넘는 대규모의 특수본을 출범하고 곧장 수사에 돌입했다.
특수본은 주말에도 박 본부장 등 검사 20명과 수사관 30여명이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각자 사무실로 나와 향후 수사 계획을 논의했다. 군검찰과 합동수사를 위해 전날 국방부로부터 군검사 5명과 수사관 7명 등 12명도 파견됐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김 전 장관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
특수본이 박세현 본부장 지휘 아래 차장검사급으로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 부장검사급으로 서울중앙지검 이찬규 공공수사1부장, 최순호 형사3부장, 최재순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을 배치한 데다 군검찰 인력 파견도 마무리되면서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이 준비되는 9일부터는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장관 측은 대형 로펌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 조사에 응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비상계엄 관련 전담 수사팀이 김 전 장관의 공관, 국방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체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한 가운데, 경찰에서도 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