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여름 바다를 품은 도시는 많지만 이곳만큼 맛, 풍경, 정취가 고루 살아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바로 강원 속초다. 푸른 동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도시 곳곳은 활기로 넘친다.
휴가철이 가까워질수록 도시 곳곳이 여행자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제철 해산물을 맛보려는 이들에게 속초 관광수산시장은 필수 코스다. 싱싱한 해산물과 속초 명물 먹거리에 푸짐한 인심은 덤이다.
속초 명물 “닭강정” 앞에 가장 먼저 발이 멈춘다.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에 윤기 흐르는 빨간 양념을 듬뿍 버무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매콤달콤한 맛이 중독적이다. 닭강정을 시작으로 “도장깨기” 하듯 먹거리 여정을 떠나보자. 싱싱한 물회로 입안 가득 동해바다를 느꼈다면 어묵, 오징어순대, 술빵, 벌집 아이스크림 등 골목골목 색다른 맛이 여정을 이어갈 차례다. 속초 관광 수산시장의 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더 깊은 맛은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온다. 처음 맛보는 메뉴에 눈을 반짝이는 관광객, 이를 바라보는 식당 주인들, 시장 자랑에 여념 없는 동네 주민까지 다양한 얼굴이 시장 안에 녹아있다.
청과골목, 고추 골목, 닭전 골목, 순대 골목, 젓갈 어시장 골목등 구역별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청과골목에는 제철 농산물과 채소가 쌓여있고 고추 골목에는 빨간 고추, 기름집, 방앗간등이 이어진다. 닭장 골목은 토종닭과 각종 튀김 재료로 넘친다. 순대 골목은 오징어순대를 비롯한 간식거리 상점이 줄지어 있다. 젓갈 어시장 골목에선 다양한 속초산 젓갈 향이 미각을 자극한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모든 골목은 연결된다. 지하에는 회센터가 있어 갓 잡은 활어와 해산물을 즉석에서 회로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낮 선 한글 간판 앞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메뉴를 살피거나 익숙지 않은 식재료를 손에 들고 상인에게 묻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젓갈을 시식하며 기념사진을 남기고 종이컵에 담긴 물회를 든 채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는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속초 관광 수산시장을 다 둘러 봤다면 1953년부터 시작된 72년의 역사를 지나온 셈이다. 1970년대에 “속초 중앙시장”이라는 공식 명칭이 생겼고 2000년대 들어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금의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바닷바람과 손때가 묻은 좌판, 도시의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오래된 물건들은 이곳만의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장 근처 청초호로 발길을 돌려보자. 도보로 10분이면 닿는 거리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느릿한 걸음이 어울린다. 자전거로 호수 한 바퀴를 도는데 30분 남짓 걸린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동한 설악산 능선과 도시 풍경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인근 아바이마을로 향해보자. 실향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은 마을로 쇠줄을 손으로 당겨 움직이는 갯배(무동력 운반선)을 타고 건너는 여정부터가 특별하다. 옛 모습은 희미해졌지만 대문도 없는 판잣집들이 드문드문 남아 이 마을이 걸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높은 곳에서 속초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속초 등대 전망대지 제격이다. 시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언덕 위에 있다. 항구와 시내, 붉게 물드는 동해 일몰이 한눈에 담긴다. 등대 아래는 짧은 산책로도 조성돼 있어 도보 여행자와 자전거 이용객 모두에게 좋다.
밤이면 주변 조명이 켜져 호수가 산책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근처에 캠핑장과 신림 욕장이 있어 도심속 자연을 완전히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손꼽힌다. 속초 관광 수산시장에서 시작한 여정은 어느새 속초 전체를 아우른다. 올 하계휴가는 속초에서 힐링으로 재충전의 기호를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