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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줄이자!

김건영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장

◇김건영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장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이동한 거리를 의미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식품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를 거리(㎞)와 수송량(톤)을 곱한 수치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산 사과가 한국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 천 ㎞를 이동했다면 그만큼 푸드마일리지가 높다고 본다. 푸드마일리지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거리가 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동반한다.

식품의 장거리 운송은 그 과정에서 다량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 푸드마일리지가 높은 식품일수록 기후위기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또한 긴 유통기간은 보존 처리와 포장재 사용 증가로 이어지며 식품의 영양 손실과 품질 저하는 물론 신선도와 안전성이 떨어진다.

시장에서 농산물의 소비가 저렴한 가격에만 의해 결정된다면 농가는 단일 작물 위주의 대형화, 공장화로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이며 상당수의 농산물은 수입농산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상당수 지역의 소규모 농업인은 농산물의 판로를 잃어 농가소득이 감소하여 결국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속가능해야 할 지역농업기반이 무너지고 우리 식탁을 외국농산물에 의지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로컬푸드’ ‘기획 생산’ 등이다. 푸드마일리지 문제는 단순히 환경 보호는 물론 국민 건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에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로컬푸드 활성화가 시급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으로 지역농산물 직매장과 학교급식,공공급식의 로컬푸드 확대 등이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히 식품의 이동거리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농축산물의 신선도와 안전성 등 식품의 품질을 높이고 나아가 지역 주민의 식생활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더불어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소규모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푸드마일리지 표기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식품에 이동 거리를 표시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일본처럼 우리도 푸드마일리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비자는 단순한 가격 중심의 선택을 넘어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가치소비’를 실천하게 될 것이며, 이는 로컬푸드의 소비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

셋째, 교육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지구를 살리는 소비’가 곧 건강을 지키는 소비임을 인식시키는 교육을 강화하고, 환경과 먹거리를 연결한 푸드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교육이나 학교 급식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은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소비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넷째, 지역 먹거리 순환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내에서 생산, 가공, 소비, 재활용까지 하나의 순환체계로 만드는 ‘로컬푸드 플랜’ 구축이 필요하다.이러한 체계는 푸드마일리지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농업기반을 유지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가능하게 해 준다.

푸드마일리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구 환경, 건강,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지표이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경고음이기도 하다.우리가 선택하는 한 끼가 곧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더 가까운 밥상,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이제는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삶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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