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가 강원특별자치도 농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한때 한랭지 농업의 중심지였던 춘천에 노지 바나나가 처음 관측돼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춘천 동내면 한 카페 앞. 이곳에서 3년 전 심은 바나나 나무 2개 중 1개 나무에서 녹색 이파리를 넓게 펼친 채로 열대과일인 녹색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10개 이상 달린 바나나 송이는 사람 손 크기만큼 길이로 자라고 있었다. 가지 끝에는 아직 열매가 열리지 않은 채 노란색과 자주색 꽃송이도 보였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춘천에서 바나나가 달린다는 것이 마냥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춘천 토종 바나나를 한번 먹어봐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열매를 맺은 바나나는 3년 전 박병준(65)씨가 기증한 관상용으로 지난 겨울 추위를 피해 실내에 옮겨졌다가 3개월 전에 화단에 심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하재풍(73)씨는 “"바나나 송이까지 보는 건 처음이고 강원도에서 춘천은 추운 지역이고 타지 사람들 혹독한 추위가 있다고 인식하는데 이렇게 바나나가 열린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춘천 지역의 경우 내륙성 기후로 겨울이 되면 추워 열대과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인데 이곳에서 처음 노지 바나나 열린 건 올해 35도 이상 넘나드는 폭염과 60% 이상 높은 습도가 유지된 게 한몫한 것으로 분석했다.
17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도 전역 평균 기온은 2014년 대비 1.3도 상승했다. 2014년 연평균 기온은 11.4도, 2024년은 12.7도다. 10년 평균기온은 1981~1990년 10.3도, 1991~2000년 10.4도, 2001~2010년 10.8도, 2011~2020년 11.1도를 기록, 지난해 연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1.6도 상승했다.
도농업기술원 측은 도내 동해안 지역은 시설 아열대성 작물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원주에서 경관농업과 시설재배의 하나로 바나나를 소규모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고 동해·삼척에서도 일부 레드향과 천혜향 등 감귤류 재배로 확대되고 있다.
평창·홍천 등 내륙 고랭지 지역도 기온 상승에 따라 여름철에 아열대성 채소류 중 하나인 '공심채'도 재배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유범선 강원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기후변화가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는데 강원도의 지리적·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미래 대응 신작목을 육성해 농촌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