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이어진 기록적인 호우에도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 지역의 극심한 가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도의 평균 저수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가운데, 강릉과 동해, 삼척 등 동해안 일대는 여전히 저수율 30~40%대의 ‘경계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명백한 기후위기의 징후로,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 부족 사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이번 호우는 전국 평균 저수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만큼 대규모였지만 동해안은 예외였다. 이는 지역 간 강수량 편차가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릉은 5일 동안 고작 69㎜, 동해는 32.3㎜에 불과했고, 반면 홍천은 279㎜, 춘천은 266.5㎜의 집중호우를 기록했다. 동일한 도(道) 안에서도 이처럼 급격한 기후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이상기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고착화된 추세라는 점이다. 도는 여름철 가뭄과 마른장마가 반복되는 구조적 기후 불균형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생활·농업용수 부족은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농업 의존도가 높은 영동 지역에서는 수확 시기의 물 부족이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도와 각 시·군은 민방위 급수시설, 급수차, 대체수원 확보 등 비상 대응에 나서지만 이는 일시적 처방에 그칠 뿐이다. 즉, 지하용출수, 하천 취수, 인접 시·군 급수 협의 등은 단기적 갈증은 달랠 수 있으나 장기적 수자원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없다.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중장기 물 관리 시스템 구축, 저수지 확대 및 정비, 광역 상수도 연계망 강화, 해수담수화 등의 다층적 대책을 검토해야 할 때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도 차원의 선제적 정책과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도는 산불, 가뭄, 홍수, 폭염 등 자연재해의 복합 경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반복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각종 재해를 개별 사안으로 다루기보다 기후위기 대응 종합 전략 안에서 통합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수자원 관리와 산림 보호, 농업 구조조정, 에너지 전환까지 아우르는 지역 맞춤형 기후정책 수립이 그 출발점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강릉시민들이 마실 물을 걱정하고,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파종을 늦추는 이 현실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다. 기후변화는 이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생존의 과제다. 도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고통을 겪는 전선에 서 있다. 그렇기에 도의 대응이 곧 대한민국 기후정책의 바로미터가 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장기 대책과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내년 여름에도 우리는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