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일보를 비롯한 강원특별자치도 유럽방문단은 6월 말 독일 잘란트(Saarland)주를 방문했다. 석탄과 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잘란트는 강원도와 닮아 있다. 석탄 산업의 쇠퇴 이후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주력 산업을 재편한 것도 강원도와 유사하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잘란트는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경제·통상·혁신 및 기술 분야에서 교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잘란트의 인구는 101만4,000명으로 독일의 16개 연방 주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작지만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19세기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으나 이후 프로이센 왕국에 편입되며 독일에 속하게 됐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일시적으로 독일에서 분리돼 1947년부터 1956년까지 다시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강원도 역시 인구 규모는 작지만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남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원도는 항상 정치적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었다. 강원도와 독일 잘란트는 캐릭터까지도 미묘하게 닮아 있는 셈이다. ▼현대 독일 잘란트의 생존 방식은 이른바 ‘교두보 전략’이다. 잘란트는 프랑스 파리까지 고속열차로 연결된다. 인공지능(AI) 산업 강국이자 유럽연합(EU)의 기관들이 밀집한 룩셈부르크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유럽과 독일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와는 2시간대로 가깝다. 기업 입장에서 유럽은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지만 진입 장벽은 너무 높다. 잘란트를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라며 전 세계 기업들에게 홍보하는 생존 전략이다. ▼강원도는 아직도 두메산골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고속도로, 철도의 연결로 수도권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서울·경기에 국부(國富)가 집중된 수도권 공화국이다. 그리고 후발 기업, 스타트업에게 수도권은 마치 철옹성 같다. 시선을 돌려보면 가장 가까운 곳이 강원도다. 강원도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대한민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