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캥거루족’ 폭증, 미룰 수 없는 사회안전망 강화

취업난과 경기 침체의 이중고 속에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강원특별자치도에서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도내 30~34세 인구 중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인 인원은 2만526명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25~39세 청년층 가운데 21%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으며, 이는 강원특별자치도 청년 5명 중 1명꼴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가족 내 생활 패턴 변화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고용 한파 속에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진 청년들이 다시 부모의 울타리 안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부모 세대는 노후 준비는커녕 자녀 부양 부담까지 떠안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도내 청년 고용 사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6월 기준 강원지역 신규 구인 인원은 3,78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5% 줄었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지역 기업의 투자 위축은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더욱 옥죄고 있으며,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청년층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는 매우 한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캥거루족’ 증가는 단지 개인의 의지 부족 탓으로만 볼 수 없다. 강원지역 청년들은 수도권과 비교해 현저히 열악한 고용 환경과 직업 다양성 부족, 소득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이 문제를 사회 구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는 청년층의 자립을 위한 정책적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청년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및 직업훈련을 지역 맞춤형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생애 전반에 걸친 삶의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청년 고용 불안을 사회안전망 강화로 연결하는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청년층의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지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 왜곡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청년은 지역의 미래다. 청년이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갖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곧 강원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과 같다. ‘캥거루족’ 증가의 배경에 있는 구조적 불균형과 정책의 공백을 올바로 직시하고,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인 대응책을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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