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태백·삼척 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최종 통과하며 지역균형발전의 중대 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제2경춘국도 사업도 6년 만에 정상화되며 지역의 기반 인프라 확충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두 사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강원 남부권과 중부권의 경제적 재도약을 견인할 대형 프로젝트로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서의 세밀한 전략 수립과 철저한 이행이 요구된다.
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은 총 7,143억원 규모로 태백시와 삼척시에 각기 다른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대규모 전환 사업이다. 태백은 석탄 산업의 종언을 넘어 무탄소 에너지 도시로의 대전환을 준비한다. 청정메탄올 생산기지, 핵심광물 산업단지, 물류·주거 인프라를 포함한 ‘미래 자원 클러스터’는 탄소중립과 첨단 산업이라는 국가적 흐름에 부합한다. 삼척은 도계광업소 부지를 중입자 가속기 암 치료 시설 중심의 의료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광산 도시의 이미지를 뒤집는 파격적인 기획이자, 의료 취약지 강원의 새로운 가치 창출 실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단지 중앙정부 주도의 ‘개발’이 아닌 지역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강원자치도, 이철규 국회의원, 태백·삼척시의 협력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집회와 해외 광부들의 연대가 예타 통과의 사회적 동력이 됐다는 사실은 이번 사업의 추진 기반이 과거 어느 사업보다도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타 통과가 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시점은 지금부터다. 거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집행의 속도와 질, 지역사회와의 소통, 지속 가능성 확보 등 후속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폐광지역의 경제 회복은 단기적 고용 효과에 그쳐선 안 된다. 자원 재자원화와 청정에너지 산업이 지역 내에서 자립 가능한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 인프라, 인력 양성, 기업 유치,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의료 클러스터 또한 단순한 치료 인프라 조성을 넘어서 치유·관광, 바이오 융합 산업 등과 연결돼야 비로소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제2경춘국도는 2019년 예타를 통과했음에도 사업비 부족 문제로 지연을 거듭하다가 이번에 증액을 통해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수도권 접근성 개선, 물류 효율화, 관광 수요 분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이 노선은 강원 중북부권의 경기 활성화와 직결된다. 제2경춘국도는 하나의 도로 사업을 뛰어넘어 수도권·강원 간의 연계성과 강원특별자치도 자체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연계한다면 도로·철도 복합 교통망을 통한 강원 내륙권의 신성장 축이 형성될 수 있다. 이제는 강원특별자치도가 중앙정부의 ‘수혜자’가 아닌, ‘전략 파트너’로서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