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넉달만에 수자원이 바닥을 드러낸 강릉 가뭄이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대형 산불 등 2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릉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7일 오후 1시 기준 12.6%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7일까지만 해도 평년 수준(82%)을 유지했으나 7월 중순 이후 20%대로 추락했다. 저수율 하락은 계속됐고, 이달 6일 12.9%를 찍으면서 ‘13%대의 벽’마저 무너졌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 수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돌발가뭄’이라고 부른다. 강수 부족과 고온 현상이 맞물려 발생하는데, 올해 강릉 가뭄 역시 두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마른장마로 땅과 대기가 바싹 말랐고, 여름철 극한폭염은 토양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강원지역의 평균 기온은 24.9도로 평년(22.5도)보다 2.4도 높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강릉의 폭염 일수는 41일로 역대 1위였다. 반면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390여㎜로 평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토양과 대기가 극심한 건조한 상태에 놓여 산불 등 복합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강릉의 연평균 강수량이 가장 적었던 2017년에는 강릉·삼척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나흘간 산림 1,017㏊가 불 탔다. 역대급 폭염이라 꼽힌 2018년 여름에는 석 달 동안 전국에서 10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토양이 메마른 상태에서 불이 나면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가뭄이 산불 등 복합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국내에서는 돌발가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감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체계적인 감시와 이에 맞는 예·경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