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작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곳이죠.”
유금옥 아동문학가와 전석순 소설가가 입을 모았다. 고향인 강릉과 춘천을 기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두 작가는 지난 12일 일본 도쿄 진보초서 열린 강원문화재단의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일본 독자들을 만났다. 유금옥 작가의 ‘전교생이 열 명’과 전석순 작가의 ‘그저 빛’이 일본어로 번역됐다. 각 작품을 바탕으로 두 작가는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소회를 풀어냈다.
◇유금옥 “작품의 소재는 삶 그자체로 충분해”
유금옥 아동문학가에게 강릉은 7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이자 가장 큰 영감을 얻는 곳이다.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그는 왕산초교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을 풀어낸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으로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게 된다.
유 작가는 “전교생이 10명 남짓한 왕산초교 도서관에서 7년 동안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지냈다”며 “아이들은 점점 자라 학교를 떠나갔고 벚나무의 소쩍새처럼 나 역시 학교를 떠나왔지만 한 편의 동화같은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와 나무와 책과 함께 살았던 시절은 제 문학의 밑거름이 됐다. 내가 곧 나무가 되고 새가 됐던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라고 당시를 소개했다.
당시 학생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던 유 작가는 “작품의 소재는 삶의 원본이면 충분하다”고 운을 뗐다. 작품의 소재를 구하는 방법을 묻자 그는 “관찰, 공감, 언어의 리듬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주변을 관찰한다고 미소 짓던 유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손상됨 없이 옮겨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창작과정을 되짚었다.
친구의 실수를 덮어주던 아이들의 따듯한 마음도 동물과 자연과 한데 어울려 놀던 천진함도 모두 시가 됐다. “상상력은 작가의 전부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한 유금옥 작가는 상상력의 원천으로 고향 강릉을 꼽았다. 유 작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과 한글소설, 여류시문집이 탄생한 강릉이 나의 고향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곳에서 유아들을 위한 동시집, 어른들을 위한 동시집을 써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순 “춘천의 안개에서 시작된 ‘빛들의 환대’”
이날 독자들과 함께 읽은 단편소설 ‘그저 빛’은 제2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빛들의 환대’의 시작점이다.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전 작가는 창작의 원천으로 짙은 안개가 낀 춘천의 새벽을 꼽았다.
전 작가는 “춘천은 아름다운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몽환적 안개는 작가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고 일본 독자들에게 고향 춘천을 소개했다. 그의 작품 ‘빛들의 환대’는 소도시의 임종체험관을 거쳐간 이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을 임종체험관으로 설정한 데 있어 전 작가는 “삶도 죽음도 아닌 공간을 떠올렸다”고 답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독자들이 온전히 공감하길 바라며 직접적 언급 대신 인물의 오감을 내세웠다.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면 카메라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서기도 했다. 카메라로 순간의 영감을 기록하는 그는 “제 마음의 창고에는 강원의 자연 풍경이 많이 남아있다”며 직접 찍은 사진들을 소개했다. 안개 낀 소양강,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은 소양1교 등서 삶과 죽음을 떠올렸다.
“임종체험관의 관에는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있는데 그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견디면 또 다른, 더 밝은 빛으로 나올 기회를 얻는다”며 “그 빛으로의 환대를 쓰고 싶었다”는 전 작가. 끝으로 그에게 깊은 사유와 넒은 상상력의 원천을 물었다. 전 작가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세탁소에 걸린 옷들을 보며 그 옷의 주인은 누구일까 상상하곤 했다. 그 상상력이 오늘까지 이어져 소설의 원동력이 됐다”고 웃어 보였다.
일본 도쿄=김오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