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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정선군립병원의 성과, 국가 책임으로 완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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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정선주재 부국장

정선군립병원이 지역의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폐광 이후 급속히 진행된 고령화, 오랜 시간 방치된 의료 공백, 먼 도시로의 이동에 의존해야 했던 진료 환경 속에서 정선군립병원이 만들어낸 변화는 단순한 병원의 성과를 넘어선다. 지역 스스로 공공의료의 틀을 짜고, 지속가능한 의료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선군립병원은 지금 ‘지역이 만드는 의료’의 상징이 되고 있다.

건강검진센터 운영 8개월 만에 6,000여 명이 검진을 받았고, 지난해 전체 병원 이용자는 6만명을 돌파했다. 과거 원주, 춘천, 강릉 등 인근 대도시까지 이동해야 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군 내에서 정기 검진과 만성질환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내과, 정형외과, 응급실 등 필수 진료과목의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며, ‘정선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의료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이며, 공공의료가 삶의 터전 가까이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근골격계, 심혈관계, 농약 노출 등 농업인의 건강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검진 체계와 기업·단체와 연계한 건강관리 서비스는 정선군립병원이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 사회 기반시설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정선군새마을회, 정선군산림조합, 강원랜드와의 협약을 통해 건강검진 체계가 촘촘해졌고, 여성농업인 특수검진 등은 지역 산업구조를 반영한 세심한 기획의 결과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정선군립병원은 단순히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 건강 관리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렸다. 응급실의 평균 대응 시간이 단축됐고, 중앙대학병원과의 연계 진료 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이 끊김 없이 상급의료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중심의 검진, 응급상황 대응이라는 세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정선군민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료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정선군립병원은 개원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정부 지원 없이, 전적으로 군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의료 수익이 환자 이용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흑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군립병원의 본질적 기능 또한 ‘수익’이 아닌 ‘생명권 보장’에 가깝다. 그 무게를 한 기초자치단체가 홀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 모든 책임을 지역이 떠안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정선군립병원을 찾는 이들은 정선군민만이 아니다. 인근 태백, 삼척 등 폐광지역 주민들까지 몰려든다. 이 병원은 이미 하나의 군 경계를 넘어 광역의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의료 공백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지역에서, 정선군립병원은 사실상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의료는 시장 논리로 운영될 수 없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의료체계는 농산어촌을 외면하고 있으며, 도시 중심의 의료 구조가 고착화된 지금, 공공의료 없이는 주민들은 다시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고, 응급환자의 생명은 분 단위로 위협받게 된다. 지역의 자력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처럼 삶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책임 분담자로 나서야 한다.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 정선이 보여주는 긍정적 변화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선의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선군립병원은 지금 한국 농어촌 의료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병원이 만들어낸 변화에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더해져 전국 농어촌 의료에 희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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