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투명한 도로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이 시행된지 5년 이상 지났지만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의 호응도 떨어지고 투명창 충돌 저감조치를 시행한 시·군이나 예산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26일 찾은 춘천시 신동면 삼포사거리 인근 1.5km 길이의 투명한 방음벽에는 야생조류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저감 필름이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민 유모(64)씨는 “멧비둘기, 참새 등 새가 많이 부딪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 곳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이 방음벽에 부딪쳐 폐사한 내용이 온라인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기록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2019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투명한 도로 방음벽에 높이 5㎝, 폭 10㎝ 간격의 충돌 저감 필림을 적용하도록 했다. 새가 그보다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패턴 간격을 준수해야 충돌 방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설치 규격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동물권단체 ‘성난 비건’에 따르면 양양군 해파랑길 42코스 방음벽은 높이 10㎝, 폭 5㎝로 가로·세로 규격이 반대로 시공됐다. 영월군 지방도 415호선 방음벽에도 필름이 듬성듬성 부착됐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서 도로 방음벽에 충돌한 조류의 부상·폐사 신고건수는 2023년 713건, 2024년 845건, 2025년 929건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도 설치 현황이나 사업에 투입된 예산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역시 2024년 12월 ‘강원특별자치도 야생조류 충돌 방지 조례’를 제정해 인공구조물 관리 의무를 명시했지만 관리 부재가 심각하다.
강원도 생태환경팀 관계자는 “올해 기후부가 진행하는 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사업 공모에 전체 시·군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며 “설치 규격이 잘못된 곳은 정상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