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도로무공(徒勞無功) 태백

김연식 전 태백시장

‘태백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있는데 진입로가 없다. 할 수 없어 사북 IC로 빠져나와 38호선 국도를 타고 두문동재를 넘어 태백에 도착. 2034년 태백의 모습이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시(市) 태백. 고속도로 개설을 위해 30년 넘게 고생한 태백시민들의 노력은 이렇게 끝나야 하는가.’

도로무공(徒勞無功)은 고생만 하고 결과가 없다는 뜻이다. 동서고속도로 제천~삼척 구간을 놓고 보면 그렇다. 28년 만에 예비타당성이 통과됐으나 태백은 IC(나들목)가 없다. 나들목이 없다는 것은 태백의 생존과 미래도 불투명하다. 수도권과 영남권 등에서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태백은 그동안 수많은 시민이 나서 고속도로 개설을 요구해 왔다. 민관이 하나 되어 정부를 설득했고 정치권이 앞장서서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2015년 1월 태백 동해 삼척 영월 정선 제천 단양 등 강원 충북 7개 지역 시장군수는 ‘동서고속도로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범시민운동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수많은 노력을 했다. 당시 추진협의회는 태백시 주도로 발족했고 초대회장도 태백시장이 맡았다. 낙후된 폐광지역의 발전과 고립된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맹(同盟) 간의 몸부림이었다. 폐광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는 엄동설한의 한파 속에서도 거리에 나서 수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전달했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국회와 정부 세종청사를 오가며 동서고속도로 제천~삼척 구간의 조기착공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예비타당성이 통과됐다. 제천~영월 구간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월~삼척 구간은 예타 결과 70.3㎞에 2034년 완공이 목표다. IC는 남영월 서정선 사북 서삼척 미로 등이다, 태백은 IC가 없다. 태백시로 진입하려면 사북 IC와 서삼척 IC를 이용해야 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정선과 삼척은 IC가 각각 2개씩이나 있는데 태백은 왜 없는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이고, 지역에서는 왜 침묵만 하고 있는지 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태백의 경우 고도가 높아 나들목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렇다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IC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대관령 IC는 해발 805m이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도 태백산맥을 넘고 있다. 왜 태백은 안된다는 것인가.

필자는 도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현역 기자 시절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인천에서 목포까지 국토의 동서를 현장취재 하면서 강원도 도로의 낙후성을 고발했다. 덕분에 강원기자상까지 받았고 동해안 7번 국도는 4차선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정치에 입문해서 모두 3권의 책을 냈는데, 그중 두 권의 책 제목이 『비탈길 그 사람』과 『길을 노래하는 사람들』이다. 신작로를 처음 본 산골 소년이 도시 생활을 하면서 느낀 도로의 중요성을 기자와 정치인이 되어서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영월~삼척 간 고속도로는 올해부터 사업 타당성 평가를 거쳐 2028년쯤 노선이 확정된다. 아직 2년이 남았다. 이제부터라도 태백지역 정치인과 기관사회단체장 시민 모두 하나 되어 태백 IC 개설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침묵할 때가 아니다. 개인의 치적과 선심성 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 정치는 그만하고 태백 IC 개설에 올인하기 바란다. 그래야 태백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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