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는 먹을 것이 떨어지는 봄철의 고통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취약계층에게 닥친 보릿고개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겨울 끝자락인 지금도 연탄을 사용하는 이웃들의 창고는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난방 연료가 부족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하루의 체온, 밤의 잠자리, 그리고 삶의 최소한이 위협받는다는 의미다. 춘천연탄은행은 올해 연탄수급 목표를 40만장에서 30만장으로 낮췄다. 매년 오르는 연탄 값과 물류비, 지속되는 후원 감소로 인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탄은행의 목표 물량은 해마다 낮아지고, 실제 지원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숫자는 담담하지만 그 뒤에는 견뎌야 할 추위가 있다. 실제 연탄은행이 도내 배달한 연탄은 2022년 37만장, 2023년 35만장, 2024년 32만장, 2025년 30만장 등으로 계속 감소세다. ▼설 연휴를 앞두고 “연탄이 필요하다”는 전화가 복지관에 쏟아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체온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준다. 90세 노인이 남은 연탄 100장을 세어가며 4월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모습은 결코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연탄을 아껴 쓰기 위해 하루 세 번, 두 장씩 갈아 끼우는 삶은 이미 충분히 절약된 삶이다. 연탄은 단지 겨울용 생필품이 아니라, 노년의 일상을 지탱하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연탄 사용 가구의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이들에게 연탄은 겨울이 끝났다고 필요 없어지는 물건이 아니다. 봄의 냉기와 여름의 습기 속에서도 연탄은 삶을 이어주는 수단이다. 그러나 후원 감소로 인해 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후원이 멈춘 자리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의 추위로 남는다. 연탄 보릿고개는 물자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가 서로를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가장 약한 이웃의 온기부터 포기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깊은 불황에 빠진 것이다. 연탄 보릿고개를 넘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