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자치칼럼]유리천장은 생각보다 낮다

이선희 화천군의원

◇이선희 화천군의원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많은 분들께서 내게 “화천군의회 최초의 여성 지역구 의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신다. 축하의 말씀과 함께 “유리천장을 깼다”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과연 그 유리천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능력과 자격이 충분함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제로 존재해 왔고, 지금도 남아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주민들께서는 나를 여성 후보로만 보지 않으셨다.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셨다. 선거운동을 하며 만난 어르신들과 주민들께서는 “여성이라서 안 된다”는 말씀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된다”는 말씀을 훨씬 많이 해주셨다.

결국 주민들의 선택은 성별이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화천군의회가 개원한 이후 30년이 넘도록 여성 지역구 의원이 없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유리천장의 증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누군가가 막아서서 넘지 못했던 벽이라기보다, 우리 스스로 ‘저기는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하며 도전을 주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세상에는 도전하기 전부터 포기하게 만드는 말들이 많다. 여성이라서 어렵다, 나이가 많아서 어렵다, 경험이 부족해서 어렵다, 지역이 작아서 어렵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주민으로 살아오며 지역의 문제를 보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나은 화천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했을 뿐이다. 그리고 주민들께서는 그 진심을 믿고 선택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이번 결과를 ‘유리천장을 깬 승리’라기보다 ‘도전의 가치를 증명한 결과’라고 정의하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지역사회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누군가의 허락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걸음 내디딘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했던 유리천장은 생각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벽의 존재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이번 당선이 나 개인의 기록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도, 청년도,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발전은 특정한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모든 주민의 힘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나는 화천군 최초의 여성 지역구 의원이라는 이름에 머무르지 않겠다. 주민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의원이 되려고 한다.

유리천장을 이야기하기보다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회, 한계를 말하기보다 도전을 응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그것이 나를 선택해 주신 주민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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