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양배추밭에 도쿄돔보다 큰 TSMC 공장…일본 반도체 부활 상징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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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반도체의 미래를 찾다-1]
24년 말 TSMC 유치·가동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TSMC 유치 이후 62개 소재·부품·장비 기업 몰려 들어
반도체기업 200여개…80년대부터 첨단산업 기반 다져
구마모토현청 유치 발표 2년 만에 공장 완공 행정 지원
지하수·값싼 전력 등 장점 최대한 활용…국제 도시 변모

활기를 띤 구마모토 도심풍경. 구마모토=박승선기자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구마모토 국제공항과 차량으로 불과 15분 거리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넓은 구릉에 자리잡은 JASM(쟈스므·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초대형 공장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1위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의 일본 법인 제1공장이다. 공장의 핵심인 클린룸만 4만5,000㎡ 규모로 도쿄돔보다 크다는 것이 구마모토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일대는 원래 키쿠요마치 특산물인 양배추밭, 당근밭이었다. 채소밭이 최첨단 반도체공장으로 탈바꿈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년이었다.

2021년 TSMC가 일본 구마모토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소니, 덴소, 토요타 등 굴지의 기업들과 합작회사 JASM를 설립했다.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2024년말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2공장 설립까지 확정한 상태다.

경기 용인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사업 발표 6년만 인 올해 2월 착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구마모토에 설립된 TSMC 일본법인 JASM 제1공장의 모습. 구마모토=박승선기자

■국제도시로 변모한 구마모토=구마모토는 일본 남단 규슈에 자리잡고 있다. 구마모토에 가장 유명한 아이템은 지역 캐릭터로 전국구급 인기를 누리는 쿠마몬이다. 그 외에는 인근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등의 유명세에 다소 뒤지는 그저 평범한 도시였다.

인구 170만명으로 그리 큰 규모가 아니고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TSMC 유치 이후 글로벌도시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 TSMC의 투자 유치 이후 소재, 장비 등 관련 기업 62곳을 추가로 유치했다. 향후 10년 간 경제효과만 106조5,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말 공장 가동 직후 대만인 직원 400명이 구마모토에 상주하고 이들의 가족들도 속속 입국하고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현청측의 설명이다.

구마모토 국제공항과 대만 직항편은 매일 운영 중이며 덩달아 본래 특산이었던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구마모토현은 TSMC 직원들을 위해 초중고교 모든 과정을 갖춘 국제학교를 확장하고 대만인 통역사를 배치했으며 일반학교의 영어 교육도 강화했다. 쿠마몬과 농산물외에 콘텐츠가 부족했던 무색무취의 도시에서 명실상부한 첨단산업 중심의 국제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구마모토 현청 모습. 구마모토=박승선기자

■풍부한 물·전력에 내실 있는 산업기반이 TSMC 유치 비결=특징없는 평범한 도시 구마모토. 더욱이 2016년에는 진도 7의 강진으로 1,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인근에는 활화산인 아소산까지 있어 항상 재난의 위험까지 도사리는 곳이다. 그런 구마모토가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선봉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반도체 산업의 필수인 풍부한 물과 전력을 꼽을 수 있다. 일본 남단 규슈지역은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원전은 규슈 전원 수요의 23%를 담당한다. 일본 평균(6%)보다 4배 이상 높아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하고 전기요금도 저렴하다. 더욱이 화산지형 특성상 수질이 깨끗하고 풍부한 지하수를 보유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은 지하수보전추진본부라는 기구를 두고 지사가 직접 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오염 되지 않도록 수위 수질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

전력과 물이 기초 조건이라면 구마모토가 수십여년 간 내실을 다져온 탄탄한 산업기반은 TSMC 유치의 결정타가 됐다.

구마모토는 반도체 산업 초기인 1960년대부터 관련 기업을 꾸준히 유치해왔다. 일본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 버블 시절에는 도쿄 일렉트론 등을 비롯한 초대형반도체 기업들이 자리잡으면서 ‘실리콘 아일랜드 규슈’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구마모토현의 제조업 분야 총 생산량의 20%를 반도체 분야가 담당하고 있다. 구마모토현내 반도체 기업은 현재 200여개이며, 구마모토가 속한 규슈지역은 일본 반도체 산업 총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소니는 JASM 바로 옆에 이미지센서 제조공장,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장비 공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소니는 JASM에 직접 투자하고 공장 부지를 내어주는 등 TSMC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TSMC 유치 이후 구마모토현은 산업단지 추가 확장과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몰려드는 기업과 사람으로 인한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SOC 확충에 나서는 등 활력이 돌고 있다.

카와노 코이치 쿠마모토현청 산업진흥국 반도체입지지원실장은 “소니, 도쿄일렉트론 등의 기업이 이미 구마모토에 집적돼 있었기 때문에 TSMC의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오랫동안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구마모토에 자리잡으며 기반을 갖췄고 자동차 공장도 많아 연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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