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문학으로 읽는 춘천, 골목과 안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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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
- 9월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려

◇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가 김도연 소설가, 박제영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 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 오석기기자

춘천을 배경으로 한 시와 소설을 통해 지역 문학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가 김도연 소설가, 박제영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 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최삼경 소설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는 춘천을 배경으로 한 시와 소설 낭송으로 시작해, 춘천이라는 공간이 작가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또 ‘문화도시 춘천’이라는 이름이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폭넓게 짚어냈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관객들이 차례로 낭송한 작품들은 춘천을 ‘안개’, ‘호수’, ‘슬픔’, ‘골목길’ 같은 이미지와 긴밀히 연결지으며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드러냈다.

◇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가 김도연 소설가, 박제영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 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 오석기기자

이날 대화의 중심에는 김도연 소설가와 박제영 시인이 있었다. 평창 출신으로 1980년대 초 춘천에 정착했던 김도연 소설가는 고등학교 시절 처음 경험한 골목길과 캠프페이지의 풍경, 그리고 토박이들의 텃세 속에서 느낀 소외감을 회고했다. 그는 이런 경험들이 문학적 자산이 되어 소설의 주요 모티프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제영 시인은 성인이 돼 춘천에 뿌리를 내린 입장에서 도시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아파트 개발로 인해 추억과 이야기가 깃든 장소들이 사라지고 획일적인 공간만 남았다며, 문학이야말로 그 잃어버린 장소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가 김도연 소설가, 박제영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 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 오석기기자

대담에서는 춘천 문학의 현주소와 과제도 거론됐다. 춘천 문학이 지역 내부에서만 소비되며 바깥 독자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는 ‘갇힌 문학’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춘천을 대표하는 김유정 작가 외에도 박희선 조각가 등 다양한 작가들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춘천의 문학을 규정해 온 대표적 상징인 ‘안개’가 풍부한 상상력을 오히려 가두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문학으로 춘천읽기’ 토크콘서트가 김도연 소설가, 박제영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 19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 오석기기자

마지막으로 논의는 ‘문화도시 춘천’ 정책으로 옮겨갔다. 참석자들은 행정 주도의 하향식 사업으로는 진정한 문화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는 행정이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도연 소설가는 과거 춘천이 소양극장과 언덕길, 골목길만으로도 이미 문화도시였다고 회고하며, 고유한 자산을 허물어버린 뒤 뒤늦게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대담은 결국 춘천 문학이 풀어가야 할 과제를 ‘시민의 문화적 열망’과 ‘행정의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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