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기적에 가깝다. 특히 저출생과 고립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인연이란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속초 신흥사에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템플스테이’가 역대 최고 경쟁률을 나타낸 것은 단순한 이벤트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히 관계를 원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징표였다. 218대1의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미혼 남녀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신흥사 위드(with) 강원관광재단’에서 총 여섯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가파른 세속의 언덕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산사의 울력 속에서 마주한 눈빛은 앱의 프로필 사진보다 깊고 오래 남는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선 신들이 인간에게 불완전함을 부여해 서로를 찾아 헤매게 했다고 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연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둘로 쪼개진 존재가 온전함을 되찾기 위해 상대를 찾는 과정, 그 갈망이 곧 인간의 본질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신흥사 템플스테이에 몰린 2,620명의 지원자 역시 각자의 결핍을 채우려는 현대판 순례자들일 것이다. ‘218대1’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경쟁률이 아니라, 흩어진 사람들이 관계를 향해 손을 뻗는 강렬한 몸짓으로 읽힌다. ▼‘백중지세(伯仲之勢)’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접전의 상황을 뜻하지만, 이번 경쟁률 속에서 인간관계의 미묘함이 겹쳐진다. 누군가는 인연을 맺었고, 누군가는 고요한 산사의 공기만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는 아니다. 짝짓기의 결과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본 그 경험 자체가 이미 귀한 자산이다. ‘나를 비우는 자리에서 타인을 채운다’는 사찰의 가르침처럼, 관계란 결국 채움보다 비움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템플스테이의 진짜 성과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발적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사회가 어떻게 손을 맞잡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다. 신흥사의 산사에서 시작된 작은 만남은 저출생 시대에 대한 거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관계의 회복이라는 실마리를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