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자1동 주택 40여채 잠기고 20여대 차량 휩쓸리며 '쾅'
대형 공사장 인근에서 수해 … 주민 “하수관거 공사 영향”
오전 8시부터 물난리 났는데 9시10분에 수문 개방 요청
빗물펌프장도 정상 가동 불구 수위 차오르며 물 안빠져
市 “배수능력 좋아져 … 공지천 범람 위기에 빗물이 하수관 타고 역류”
그동안 물난리를 걱정하지 않았던 춘천시 도심 곳곳이 14일 동시다발적으로 물에 잠겨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수십년 동안 수해를 입지 않았던 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데다 최근 하수관거 공사, 약사천 조성사업, 아파트 신축현장 등 대형 공사장 인근에서도 수해가 발생한 터라 그 원인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전 8시께 춘천시 효자1동 춘천우체국 뒤편 주택가에 빗물과 하수 등이 1m가량 차올라 주택 40여채 등이 침수됐다. 골목에 주차돼있던 차량 20여대는 빗물에 휩쓸려 서로 충돌하거나 주택과 상가를 들이받기까지 했다.
이곳에 물난리가 난 것은 처음이어서 주민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하수관거 공사의 영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봉옥씨는 “골목에 원래 하수구가 있었는데 하수관거 공사 후 사라지거나 크기가 줄었다”며 “공사 후 집집마다 있던 작은 배수관이 사라지고 지름 5㎝의 작은 배수구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올 초 침수지역에서 생활오수관과 우수(빗물)관을 분류하는 하수관거 공사를 마쳤으며 최근엔 이곳과 100m가량 떨어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하수관거 공사를 진행 중이다.
더욱이 침수지역엔 대규모 아파트 신축공사장도 인접해 있다.
또 춘천시 퇴계동 솔밭마을에서도 최근 준공된 종교시설과 도로공사현장 사이의 배수관이 터져 주택 1채의 마당이 쓸려나가고 밭이 침수되기도 했다.
공사현장엔 막대한 양의 토사가 노출돼 있는 만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도심 배수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전계원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공사현장의 토사가 집중호우시 쓸려내려가며 도심 배수로를 막고 역류현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며 “유수저류지나 토사가 가라앉는 침사지 등을 공사장 인근에 설치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이에 대해 춘천시는 하수관거 공사의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춘천시 상하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기존의 배수관은 그대로 둔 채 오수가 흐르는 관만 새로 설치했기 때문에 오히려 배수능력은 좋아졌다”며 “공지천이 범람 위기까지 차오르자 결국 도심의 빗물이 하수관을 타고 역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춘천시의 의암댐 수문 개방은 집중호우가 내린 것보다 1시간 늦게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춘천에는 시간당 52.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도심 곳곳의 지하 배수관에서 역류현상이 발생했다.
춘천시내 유일한 빗물펌프장조차 도심에 유입되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춘천시는 이날 오전 7시17분부터 펌프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7시57분부터는 2개의 펌프를 모두 가동했음에도 오히려 수위가 차오르기 시작해 11시45분까지 물이 전혀 빠지질 않았다.
펌프장 운영 담당자는 “펌프는 분명 정상가동을 했으나 아무리 퍼올려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춘천시의 의암댐 수문 개방 요청은 오전 9시10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의암댐은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3개 수문을 4m가량 열어놓은 상태였고 춘천시 등의 요청을 받은 뒤인 오전 10시30분부터 7개 수문 48m를 열어 본격적으로 수위를 줄였다.
춘천시 관계자는 “춘천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빗물을 배출하는 하수관의 크기보다는 인근 댐과 유기적으로 방류량 등을 조절하는 것이 수해 예방에 더 중요한데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