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천 범람하면서 피해 키워
반대편은 배수구 막혀 물 넘쳐
【춘천】14일 오전 춘천경찰서 뒤편 문화연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연립에 입주해있는 수십가구는 일제히 지하실 쪽에 양수기를 대고 빗물을 퍼올리고 있었다. 상습 침수지역이었지만, 올 여름에는 공사가 마무리된 약사천이 범람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박미성(여·43)씨는 “오전 8시30분께 연립 앞마당에 물이 차 자녀를 대피시켰는데, 오전 8시50분쯤 제방이 넘치며 결국 침수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하천이 넘친 연립 옆 약사천의 제방은 눈대중으로 봐도 반대편보다 1~2m가량 낮았다. 약사천은 200년 홍수빈도에 맞춰 제방과 하폭 등 통수단면적이 설계됐다.
하지만 약사천의 하류인 문화연립 쪽은 홍수위 높이까지만 시공됐고, 1m 이상의 여유고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천 제방과 연립 간의 거리가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제방을 높이면 그만큼 제방 옆 도로의 너비가 넓어져야 하는데, 그러면 도로 쪽 연립을 철거해야 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컸던데다 문화연립은 어차피 재건축 예정지였던 만큼 주민 민원을 반영해 시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은 공지천 합류지점과 가깝다 보니, 공지천 물이 역류하면서 제방을 넘었다.
반대편의 효자동 10여가구는 제방이 높아 넘지 않았지만, 배수구가 막히면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상규(78)씨는 “배수구가 가로 세로 30㎝로 작은 데다 나뭇가지와 쓰레기 등이 막히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40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침수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