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한 많은 질곡의 역사, 무대접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권혁열 강원도의장

강원도의 현대사는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으로 점철된 한 많은 질곡의 역사였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 동안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은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강원도는 국가안보, 경제성장과 수도권 물 공급을 위한 각종 산림 및 환경규제로 지역발전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채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다. 그 결과 강원도내 거의 모든 시군이 인구소멸지역으로 전락해버린, 그야말로 희생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민은 국가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불평등한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며 인고의 세월을 버텨왔다.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대물림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와 염원의 결실로 2022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제정하게 됐다. 그러나 현행법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위만 부여되었을 뿐 지역발전을 통한 도민의 행복한 삶을 실현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지난 1년 동안 산림·환경·군사·농업 4대 핵심규제 개선과 강원형 미래산업 기반 구축 등 최소한의 특별자치도의 위상과 권한을 담보하는 내용의 ‘강원특별법’전부개정안을 준비했고 지난 2월 국회에 발의돼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인가?

5월23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불과 20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의원간의 갈등과 대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1주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행안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됐다. 말로는 수없이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여야간의 소모적인 정쟁거리로 300만 강원도민의 민생법안을 담보로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침묵과 인내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강원도민의 분노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1,000여명의 국회 앞 상경시위, 삭발, 집단결의대회, 강원도지사 천막농성, 강원도의회의장 1인 피켓시위 등 권한·특례없는 ‘빈껍데기 특별자치도’로 시작할 수 없다는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절규의 목소리를 토해 냈다. 하루하루 피말리는 상황 속에서 23일 밤 전해진 극적 합의소식(24일 오전 행안위 법안소위 개최)이 전해지면서 5월내 국회 통과라는 소중한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감동과 희열을 주체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300만 강원도민의 덕분이다.

흥분한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아무 탈 없이 마무리 될 것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강원특별법’의 개정법률로 규정된 국가의 책무사항이다. 따라서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강원특별법’전부개정안을 신속하게 심의·의결하는 것이야말로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 입장에서는 하나의 법률안을 심의하는 것일 수 있지만 강원도민들에게는 100년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간절함이 담긴 법안이다. 한 많은 질곡의 역사, 강원도 무대접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생존권적 투쟁이다. 이러한 강원도민의 절박한 요청에 국회와 중앙정부가 올바른 답을 할 차례이다. 이에 강원도의회 의장으로서 국회 앞 피켓시위 당시 목에 걸고 힘찬 목소리를 내었던 구호를 강원도민과 함께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이 글에 갈음하고자 한다.

“강원도민의 열망, 강원특별법 개정안 5월내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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