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던 강원특별자치도 전역에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가 내렸다. 특히 오랜 가뭄으로 영농에 차질을 빚던 영동지역 농민들은 모처럼의 단비에 웃음을 활짝 지었다.
14일 강릉시 박월동의 한 밭에서는 이철준(67)·김현숙(61)씨 부부가 비를 맞으며 들깨를 심고 있었다. 먼지가 날릴 정도로 메말라 있던 땅은 전날 밤부터 내린 비 덕분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비를 맞고 있었음에도 이씨 부부의 표정은 밝았다.
이씨 부부는 “들깨 모종을 다 키워 놨는데 그동안 땅이 메말라 있어 심을 수가 없었다”며 “이달 25일 전까지는 들깨를 심어야 했는데 때마침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만족해 했다.
같은 시각 춘천 서면일대인 신매 마을회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김모(65)씨는 “지난주에는 연이은 폭염과 가뭄으로 논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밭작물이 타들어가 올해 벼 농사와 수확을 앞둔 옥수수 농사가 망할 것 같아 노심초사 했다”며 “마침 필요한 비가 내려 한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밭일을 하다가 잠시 멈춘 박모(52)씨도 “지난주 폭염에 옥수수 성장이 멈추고 뿌리가 메말라가 걱정이 컸는데 땅이 촉촉해져 천만다행”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14일 오후 2시까지 삼척 호산 61㎜, 삼척 원덕 57.5㎜, 동해 천곡 43.5㎜, 강릉 옥계 39.5㎜, 양양 면옥치 23㎜ 등의 누적강수량을 보였다.
하지만 해갈에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한국농어촌공사 강릉지사에 따르면 14일 현재 강릉의 주취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6.7%로 전날(28.9%)보다 오히려 줄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산간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야 오봉저수지에 유입되는 물이 많아지는데 산지도 워낙 메말라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미비하다”며 “아직은 비가 더 많이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는 조금 더 이어질 전망이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4일 오후 현재 중북부동해안·산지에 호우예비특보를 발효했으며, “영동지역은 15일 저녁(오후 6시~밤 9시)까지 강수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