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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폭염' 올 들어 위기경보 첫 '심각'‥온열질환 추정 사망 2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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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최고기온 35도 안팎까지 치솟아…중대본 1단계 가동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살인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속출하자 정부가 올 들어 처음으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발령하고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1일 오후 6시부로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행안부는 최근 기온이 급등함에 따라 향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확산할 것으로 예상, 범정부적 차원에서 폭염 피해 예방에 나선 것이다.

중대본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취약계층, 공사장 야외근로자, 고령 농업인 등 폭염 3대 취약분야 관리대책과 농축수산업 피해 예방대책, 그리고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관리대책 등 소관 분야별 폭염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폭염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고령층 농업작업자를 중심으로 인명피해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예찰활동을 하고, 지자체별로 예비비, 재난관리기금을 동원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치솟았고 경기 여주시 점동면은 오후 3시 31분께 38.4도를 찍기도 했다.

해가 진 뒤에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가 나타나겠다.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 모두 뜨거운 공기가 자리해 밤이 돼도 낮에 축적된 열이 쉽게 식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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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8분께 성주군 성주읍 한 비닐하우스 안 고추밭에서 A(94·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119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A씨의 사인을 '온열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를 비롯해 경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 탓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 밭에서 일하던 B(90)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발견 당시 B씨의 체온은 41도였다.

같은 날 충북 제천에서 농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숨졌으며, 충북도는 그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열사병으로 분류했다.

이밖에 경기, 경남, 전북 등에서 사망한 사례를 합하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폭염이 장기화하면 온열질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일 오후 4시까지 발생한 전국의 온열질환자는 1천191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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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지역인 경남도는 남해안 바다 수온이 급상승하자 고수온,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도내 해역의 평균 수온은 22.4도를 기록했으며 지역별로 통영 풍화 23.1도, 통영 학림 23.6도, 통영 비산도 22.3도, 거제 가배 22.9도 등이다. 진해만 해역에는 고수온 경보가, 나머지 연안 전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에 경남도와 연안 지자체는 4억5천만원을 투입해 어업인에게 22t의 면역증강제를 공급하고 산소 공급기, 액화 산소 등 11억2천만원 상당의 대응 장비를 보급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경남도에 고수온 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어업인 현장대응반도 운영한다.

적조에 대비해 도내 19개의 황토 적치장에 6만1천873t의 황토를 확보하고 전해수 및 대·중형 황토살포기, 방제 바지선 등 공공 방제장비 27대도 준비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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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지자체를 포함한 각 기관은 지금까지 해오던 폭염 대응의 수준을 넘어 취약계층, 취약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국민께서도 햇볕이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주시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겨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주재한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올해의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사막의 선인장도 말라 죽일 정도의 살인적 폭염으로,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며 "극심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날 폭염에 대비한 비상 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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