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구 정책은 아쉽지만 뼈아픈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40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건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치인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인구 감소는 생산연령인구의 축소와 직결되고 성장 잠재력 둔화,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국가적 재앙이다. 그동안 진보·보수 정권을 거치며 수십 차례의 인구 대책이 쏟아졌지만 결국 포장지만 맞바꾼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가 많았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따르지 않는 한 지금의 인구 정책은 ‘무난한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출산으로 강원지역이 처한‘마을 소멸’ 위기에 대해 인구 및 국토 문제 전문가들은‘급할수록 멀리 내다보는 전략’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국내 인구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소장은 최근 “거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지역의 정책은 더 이상 실현되기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체류 인구 늘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출생아 수가 1994년만 해도 72만명이었지만, 2003년에는 49만명으로 급감해 청년 인구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폐광지역은 과거에서 벗어나
20~30년 뒤에도 살아남을 산업과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군 단위로 움직여서는 승산이 없고 권역으로 묶어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겨들어할 대목이다.
또 주목할 것이 있다. 강원자치도는 주민등록 중심의 정주인구 개념에서 생활 터전이나 유동인구를 기준으로 삼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즉, 행정안전부는 인구 감소 지역 지원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해 지원금(교부세) 산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빅데이터를 이용해 1년 정도 시범 지역을 선정, 정교한 생활인구 측정 기법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새로운 도전에는 늘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인구 감소 지역의 고통을 덜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인 만큼 강원자치도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한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의 대학과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청년층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교통거점 지역을 고빌 개발해 주민들이 집중 거주하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별도로 관리해 도시 기능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소도시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인구와 공간의 재배치하는 작업을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