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강원신용보증재단이 대신 은행 대출을 상환해 주는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강원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대위변제액은 2023년 11월 기준 531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11월 177억원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법정출연금 69억원의 7.5배가 넘는 액수다. 대위변제건수도 951건에서 3,066건으로 1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지난해 11월 보증사고율과 대위변제율도 각각 3.91%, 2.88%로 전년도 1.34%, 0.6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강원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326억원으로 불과 3개월 만에 205억원가량 많아졌다.
타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전국 지역 신보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위변제액도 1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5,095억원보다 253.2% 폭증했다.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가계·기업의 부실은 더 심화될 것이다. 내수의 장기 침체, 과당 경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탓이다. 소득 감소로 임금 주기가 힘들어지자 종업원을 해고하고, 비싼 이자의 빚까지 내 사업을 끌고 나가다가 결국 더 버티지 못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신보가 대신 변제해야 하는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혈세로 메워야 하는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지역 신보는 파산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과 가계는 물론 지역 신보 에 대한 단계별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신보에 대한 지자체 출연금의 증액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고 정부의 직접 출연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증액 가능성이 가장 큰 부문은 금융기관의 출연금이다. 2020년 이후부터 지역 신보의 보증공급액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그만큼 출연금 수요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덕에 금융기관은 호황을 맞았다. 은행권 보증부 대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은행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보증기관에 출연한 기금은 1조9,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은행권은 지역 신보의 보증부 대출로 연간 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따라서 보증부 대출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 현재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대한 금융기관의 의무 출연요율을 높이는 법안부터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