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고 밝힌 것은 지난달 20일이었다. ‘어대한’(어차피 국민의힘 당 대표는 한동훈)이 확산되고 있던 시점에서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원 전 장관의 출마 결정이 알려지자 정치권의 눈길은 박정하(원주갑)국회의원에게 모아졌다. 여의도에서 그는 ‘원희룡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의원과 원 전 장관과의 인연은 10년 정도 됐다.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이던 박정하에게 제주도지사로 출마한 원희룡 측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 온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장 선거전에 터라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 일면식이 없었다.
그러다 두 사람이 다시 연결된 것은 지방선거 후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원희룡이 박정하에게 정무부지사직을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지역 출신들로만 도정을 끌어나갈 경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그를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실제 박정하는 국회와 자치단체, 청와대 등을 두루 거치면서 탁월한 정무 감각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다. 1994년 박찬종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안상수 인천광역시장의 비서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로 발탁, 춘추관장, 대변인을 지내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총괄하기도 했다.
그렇게 원희룡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14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제주도 정무부지사 업무를 수행하고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제주를 떠났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아왔다. 박정하가 원희룡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지지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과는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이후부터 4월 총선 직전까지 수석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당초 비대위 합류를 거절했으나 한 전 위원장의 거듭된 요청으로 대변인직을 수행했던 그는 업무 특성상 한동훈과 거의 매일 함께 했다. 한 전 위원장도 총선에 전념하겠다던 박 의원을 반강제로 붙잡았다는 미안한 마음에 그 바쁜 선거기간 동안 3차례나 원주를 방문, 박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박정하가 ‘친한계’(친 한동훈계)로 분류된 것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생사고락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러나 한동훈 지지는 단순히 개인적 호불호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박 의원의 입장이다. 인간적 친분으로만 따지면 한동훈보다 원희룡이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방향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씌워졌고 더욱이 선거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논란이 정리되지 못한 것은 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래서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대야당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집권여당이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적극 찬성하면서도, 당이 좀 더 젊고 개혁적으로 변해 주도적으로 국민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박정하의 생각이다. 그렇게 당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가 본인이 수개월 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한동훈’이라는 것이다. 10년 인연의 원희룡도 훌륭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한동훈이 좀 더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그는 본인이 ‘반윤(反尹)’으로 돌아섰다는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고 윤 정부 성공을 누구보다 바란다는 점에서 ‘친윤-반윤’ 프레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당 대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든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고 역할이다. 국민의힘 소속 강원도 6명의 의원간에도 선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의 당 대표 선거 과정이 진흙탕 싸움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대표로 뽑히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도 혹여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다행스럽게도 6명 모두가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이다. 선거 이후에도 강원도 현안에 대해서만큼은 ‘원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