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전공의들이 끝내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수련병원들이 1만여 명의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때 지역제한을 없애고, 지방 전공의도 ‘빅5’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에 사직 처리를 하면서 (그 규모를) 제출 안 한 기관이 있는 걸로 확인했다"며 "이들 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 축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감원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결원 규모를 확인한 뒤 7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고 나면 8월에는 병원별로 필기·실기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이후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부터 하반기 수련에 들어간다.
김 정책관은 "9월 복귀 시 제공하기로 한 수련 특례 외에는 추가적인 (복귀) 유인책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수련병원에서 1명이라도 더 많은 전공의를 고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하반기 모집에서는 지역별 지원 제한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전공의들은 사직 후 '빅5' 등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복귀해 수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김 정책관은 또 "9월 모집을 통해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입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군의관은 매년 700∼800명을 수급하는데, 미복귀 군 미필 전공의들이 모두 한꺼번에 내년에 군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의무사관 후보생이라서 일반병으로도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상황이 더 열악해진 응급실에 대해서는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응급의료센터 10곳이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보도가 있던데, 이는 과도한 주장이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센터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또 광역응급상황실의 전원, 이송 업무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정책관은 "정부는 전공의들의 7대 요구사항 중 의대 증원 백지화,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등은 이미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가 특위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정책관은 "정부는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전공의 복귀를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병원은 사직 처리나 사직서 수리 시점 등에 있어 정부 방침을 따라왔는데, 이번 송사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법률 지원을 검토 중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김 정책관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률적 문제는 저희가 검토하고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을 처리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평위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각 수련병원은 마감 직전까지 전공의들을 설득하고 거듭 사직과 복귀 의사를 확인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뚜렷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 중 1만명 이상은 사직 처리되고, 극소수만 복귀해 현장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어제 수련병원별 최종 전공의 결원 규모가 수평위에 제출돼 현재 집계, 검토 중이나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복귀율은 평균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올해 2월 19일부터 시작됐던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는 꼬박 5개월 만에 사직서가 수리되며 우선 일단락됐다.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도, 의료대란이 해소되지도 않은 채 대량 사직만 공식화된 셈이다.

한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과 고려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오는 19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각 병원장과 조 장관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소에는 전공의 100여명이 참여하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의 의대 증원 관련한 소송을 담당했던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가 법률 대리인을 맡는다.
이들은 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의대 증원 2천명을 결정하고,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내리는 등 위법한 행정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는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조 장관은 직권을 남용해 전공의의 정당하게 수련받을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고, 병원장들이 7월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도 범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직서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이러한 정부 방침을 고려해 7월 15일 자로 사직서를 수리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이들은 병원장들도 조 장관에 동조해 같은 혐의가 적용된다면서 "의료농단의 공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병원장들은 조 장관과 공모해 전공의들을 7월 기준으로 일괄 사직 처리를 함으로써 전공의들의 수련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으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범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