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린다. 잘하면 관심과 찬사를 받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비판의 화살이 쏟아진다. 이사벨 페론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이자 그 후 대통령직을 맡은 인물이다. 남편의 사망 후 대통령이 된 그녀는 부패 및 인권 침해 혐의로 논란이 됐다. 2007년 스페인에서 체포된 이사벨은 아르헨티나의 ‘더티 워’ 기간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해 수배된 상태였다. 이는 대통령 부인의 정치적 역할이 끝난 이후에도 법적 책임을 추궁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는 호화로운 생활 방식과 수천 켤레의 신발로 유명하다. 그녀는 남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함께 부패 혐의로 수많은 소송에 휘말렸다. 1986년 마르코스 정권이 붕괴된 후 이멜다는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대통령 부인 역시 공적 자산의 불법 사용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은 공식적으로 기소된 적은 없지만, 백악관 시절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 문제로도 조사를 받았다. 비록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조사는 공직자로서의 그녀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주말인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12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다. 여느 피의자처럼 검찰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조사 사실도 사후에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부인들은 그들의 위치 덕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그 영향력 때문에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조사는 그들의 행동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의 이번 김 여사에 대한 제3의 장소 조사가 한국 정치사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