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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초점]지역의 길에서 융합 교육적 가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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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한림대 국어국문학전공 교수

인문학 8개 전공이 참여하는 한림대 사업단은 올 6월 2024년도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휴스·HUSS·Humanities Utmost Sharing System)에 주관대학인 전주대와 함께 참여대학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와 올해 선정된 대학 가운데 강원권 대학으로는 한림대가 유일하며 앞으로 3년 동안 교육부 재원 약 13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급변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획기적 프로젝트로 내놓은 것이 ‘휴스’ 사업이다. 교육부는 현재 학과 중심 교육으로는 이러한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융합인재 양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에 여러 학문 분야가 상생적, 포괄적, 발전적 융합에 기반해 학생·현장·미래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그 결과 대학 내 학문 경계를 없애는 것은 물론 학교 간 공유·협력을 통한 효과적 융합교육 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2023년에 5개 대주제인 디지털, 환경, 위험사회, 인구구조, 글로벌·문화 등 5개 컨소시엄을, 올해 3개 대주제 지역, 사회구조, 글로벌 공생 등 3개 컨소시엄을 선정했고 한림대는 ‘지역’ 분야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림대의 주제는 ‘지역 길의 가치와 지역 가치의 정주 동력: K-로드의 성립과 국제적 표준 완성’이다. ‘지역’은 지방을 넘어 국가나 그 이상의 범주로서 강원·한반도·세계를, ‘길’은 물리적 길(Physical road)은 물론 관념·가상의 길(Online road) 등을 포괄한다. 이에 대상의 지평은 공간적으로 작은 길(강원)·큰 길(한반도)·만남의 길(세계)을, 시간적으로는 과거 역사의 길·현대 사회의 길·미래 공동체의 길, 물리적으로 자연의 길·인간의 길·인간과 자연의 길, 관념적으로 개척의 길·문명의 길·혼융의 길 등으로 외연화할 수 있다.

강원도 길은 특화와 보편이 공존한다. 고려시대 이자현은 춘천 길에 매료돼 청평산을 낙원 삼아 그곳에 정주했고 조선시대 사임당은 대관령 고갯길을 걸으며 그 길에 사친의 정념을 새겼으며 그 길을 다시 걸은 율곡은 봉공을 다짐했다. 그리고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강원도의 산길과 바닷길에서 느낀 국토의 아름다움, 신실한 인간상, 공동체의 조화를 충군 절개, 애국 애민으로 서정화했다. 이러한 의미들은 과거 강원도에서 생산됐지만, 현재 한반도의 자산과 미래 세계의 유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근대 뮈텔 주교의 강원도 순례길은 한반도와 세계를 교통하며 수행과 각성의 마음의 길로서 맥락을 같이한다.

한림대는 이미 글로컬대학30의 일원으로 지역 대학으로서 세계적 리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대학으로서의 글로벌 표준화 진행과 로컬 가치의 극대화 프로그램인 한림M캠퍼스 구축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휴스사업단 또한 한림M캠퍼스를 찾아가며 지역 길에 놓인 지산학의 협력 가치를 지역 정주의 동력으로 삼고, AI 기반 교육 체제를 통해 K-로드의 융합 교육적 가치와 국제적 규준을 확립하고자 한다.

정부와 대학이 글로컬대학30으로 공영을 모색하고 대학과 대학이 휴스(HUSS)로 동반 성장하며 한림대에서 글로컬대학30과 휴스가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범은 대한민국과 교육부가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K-고등교육의 융합인문학적 모델인 셈이며, 앞으로 대학 교육을 이끌 미더운 길잡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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