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22년 8.1%였던 강원지역 음식점 폐업률은 올해 10.6%까지 뛰었다. 원주, 춘천, 강릉 등 도내 주요 도시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사업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폐업 이후 재취업과 재창업에 필요한 기반 없이 또다시 자영업으로 돌아가는 ‘회전문 창업’이 빈번해지고, 이는 부채 증가와 생계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강원지역의 자영업 폐업률 증가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지원책이 종료된 이후 고금리, 고물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극대화됐다. 강원지역은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내수 부진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취약차주의 비중이 늘어나고 상호금융 대출 비율이 급증하며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이는 폐업 이후에도 경제적 회생이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는 자영업자들의 연착륙을 위한 종합적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강원지역 자영업자들은 대개 자영업 외의 직업 경험이 미흡하거나 재취업에 필요한 기술이 부족하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경우 노동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한 장벽이 더 높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음식점 운영 경험이 있는 자영업자는 푸드테크나 배달 플랫폼 관련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의 경제 환경 변화는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요구한다.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마케팅, 전자상거래 활용법 등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강원지역 자영업자의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대한 과제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상호금융 의존도가 큰 상황은 고금리와 함께 부채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기관의 대출 구조를 점검하고, 자영업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와 안정적인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다 폐업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확충돼야 함은 물론이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제도를 확대 적용하거나 폐업 지원금을 지급해 생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영업자의 생존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지금이야말로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