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함께여서 완주”… 순례길에 새긴 두 남자의 이야기

김홍주·박백광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지난 4일 춘천 호수를베고누워 카페서
“운동권 학생과 군장교 후보생의 동행”

◇김홍주 춘천민예총 회장과 박백광씨가 지난 4일 춘천 호수를 베고 누워 카페에서 ‘두 남자의 54일간 걷기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토크쇼’를 열었다.

김홍주 춘천민예총 회장과 박백광씨가 지난 4일 춘천의 한 카페에서 ‘두 남자의 54일간 걷기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토크쇼’를 열었다.

프라나가봄걷기대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지역 작가와 교수, 시민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토크쇼는 동행이 된 김홍주 회장과 박백광씨의 경험담으로 꾸며졌다. 두 사람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네 명이 함께 출발했지만 생활방식의 차이로 남은 건 김홍주 회장과 박백광씨 두 사람이었다. 박 씨는 “첫날부터 배탈이 나고 감기몸살까지 겹쳤었다”며 “춘천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김회장님이 끝까지 동행해주신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으며 1980년대 학생운동 도중 경찰에 붙잡혀 중상을 입고 이후 여러 차례의 뇌수술 끝에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법적 시각장애인으로 한쪽 눈은 실명했고 다른 쪽 눈도 시야의 4분의 1만 보이는 상황”이라며 “순례길에서 길을 잃을까 두려울 때마다 박 씨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여정을 이어갔다”고 회고했다.

1980년대 당시 박백광씨는 군 장교 후보생으로 인제에서 훈련을 받고 광주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한 명은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운동권 학생, 한 명은 군인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수십 년이 흐른 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으며 특별한 인연을 나누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산티아고는 걷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비우는 연습’을 배우는 길”이라며 “산티아고의 배낭은 내가 지고 가는 삶의 짐처럼 모두 필요하다며 챙기다 보면 점점 가방이 무거워지는데 그 무게를 줄이며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함께 가도 혼자고 혼자 가도 함께라는 것이 순례길의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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