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됐다’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동해시 ‘무릉별유천지’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무릉별유천지는 무릉계곡 암각문에 새겨져 있는 글귀로 하늘 아래 최고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속세와 떨어져 있는 유토피아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곳은 1968년 동해시에 문을 연 쌍용C&E가 석회석을 채광하던 무릉3지구로 지난 40년간 채광 작업을 마치고 다양한 체험시설과 2개의 에메랄드 빛 호수를 품은 이색적인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웅장한 석회석 절개면과 석회석을 채광한 자리에 형성된 에메랄드 빛 청옥호와 금곡호는 그 의미를 더욱 잘 보여준다.
동해시는 쌍용 측과 상생협력협약을 체결, 토지무상사용 지상권을 설정하고 복합체험 관광휴양거점으로 육성해 일자리와 경제활력을 도모하는 신개념 관광지 조성에 나섰다. 2022년부터 해마다 6월에 라벤더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야간개장을 해 입장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석회석 채석장을 개조해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 한 캐나다의 부차드 가든(Butchart Gardens)이 6만여평인데 비해 무릉별유천지는 30만여평으로 5배나 큰 면적이다. 지난 해 10월 유료 관광객 50만명 돌파와 함께 한국관광100선과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도 선정됐다.
폐쇄석장을 활용한 특화시설 도입과 관광휴양시설 조성을 위해 2017년부터 2027년까지 1,125억9,700만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현재까지 440억여원이 투자됐다.
문제는 국비 지원 비율이다. 현재까지 투자된 국비는 39억3,200만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8.9%에 불과하며 총사업비에서도 국비는 49억3,200만원으로 4.4%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동해시가 부담하는 시비는 총 204억여원으로 재정자립도 18%에 불과한 동해시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동해시는 도농복합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인구가 8만6,931명(5월말 현재)이나 올해 당초 예산이 5,82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에 도농복합도시인 인근의 삼척시는 인구가 6만1,428명(5월말 현재)으로 동해시보다 1만5,000여명이나 적은데도 예산은 7,280억원이다.
강원도의 상징적인 산업이었던 석탄 산업의 경우 정부 주도로 개발되고, 폐광되면서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석회석의 경우는 민간 주도로 개발됐다는 이유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시멘트 회사의 석회석 광산은 산 하나를 없앨 정도로 자연을 파괴한다. 전국 석회석 생산량의 70%를 강원도에서 담당하고 있고 광산 수는 50%를 넘는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석회석 채광을 시작한 지 60년이 흐르며 무릉별유천지처럼 폐광산을 복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회석 폐광산을 복구하는데 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제대로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석회석 생산을 통한 시멘트 산업이 석탄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산업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강원도의 산하를 최소한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지방정부의 시도에 정부는 화답해야 할 것이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폐광지역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인하여 낙후된 폐광지역(廢鑛地域)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생활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폐광지역은 ‘광물(鑛物)을 캐내는 일을 중지한 광산 지역’이라고 돼 있으며 석회석도 엄연한 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