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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탈북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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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평양을 방문했을 때다. 2003년 10월18~21일이다. 대동강 변 모란봉에서 대학생들을 만났다. 평양 8경의 하나인 을밀대를 그리고 있었다. 남쪽에서 왔다는 말에 포즈도 취했다. 인민대학습당에서 본 주민들은 영어, 중국어를 공부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은 ‘심장에 남는 사람’을 선사했다. “인생의 길에 성공과 리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기자의 취재수첩에 노랫말을 적어주었다. ▼탈북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2001년 9월29일이다. 탈북 후 4년째 춘천에 거주한 그는 “남한도 고향 같다”며 웃었다. 당시 취재수첩엔 “처음에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어 많이 울었지만 이젠 친구들도 생겨 외롭지 않다”고 적혀 있다. 아버지와 두 자녀, 혈혈단신, 상봉의 그날, 일자리, 드라마 ‘소문난 여자’ 등의 메모가 취재수첩에 빼곡했다. 그는 “통일이 돼 탈북자들도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성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해솔직업사관학교에서 탈북인을 만났다. 이 학교는 북한 이탈 청소년과 제3국 출생 이주배경 청소년 중 미취학, 미취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2013년 설립됐다.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국내 유일의 자립모델 학교이자 직업교육 대안학교다. 검정고시반이 운영되고 맞춤형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이곳의 탈북인들은 정착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실제 대학 진학 또는 취업에 성공, 자립한 이도 상당수다. ▼탈북인은 ‘먼저 온 통일’이다. 오는 14일이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관념적 구호를 국민이 보다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됐다. 올해는 ‘다름이 하나 되어 함께 만드는 미래’를 그려보는 통일박람회, 탈북 청년 리더십 포럼, 탈북 작가 전시 등이 진행된다. 이들의 착한(着韓)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 간에 이루어야 할 사회통합의 예비과정으로 중요하다. 새삼 평양에서 본 주민과 탈북인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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