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마음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좋음과 나쁨, 만족과 불만족, 동의와 비동의. 정치권에서는 지지율로 사람의 마음을 가늠한다. 여론조사의 세계에서는 ‘보통’, ‘잘 모르겠다’와 같은 어정쩡한 마음도 객관적 수치로 환산할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통한 지지율 추이는 곧 ‘민심’의 흐름으로 읽힌다. ▼이 숫자들이 위력을 발휘하는 건 단연 선거 때다. 정교하게 설계된 여론조사는 어떤 캠페인이 부족한지, 어떤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려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정당과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을 선거 전략에 활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여론조사 지지율을 선거 결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은 조사 시점에서만 유효할 뿐, 그 이후의 시간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시시각각 여론의 흐름이 바뀌는 요즘엔 더욱 그렇다. ▼선거 때만 지지율이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선출된 권력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지율이 필수적이다. 지지율이 높다면 그 숫자를 방패 또는 발판 삼아 정책과 의제, 명분을 만들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지율이 낮다면 옳은 말도 부정 당하고 매도 당하기 십상이다. 다행인 건 이 숫자가 고정값이 아니란 사실이다. 언제든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취임 한 달 남짓, 상당수 국민이 국정을 잘 이끌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정부 상태로 멈춰 있던 공백을 메우고, 뒤처진 만큼 더 많이, 더 높이 뛰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정권 초 높은 지지율은 이례적이지 않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폭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될 것 같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이어진 조기 대선으로 지친 마음이 새 정부,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지지율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마음이다. 그 마음에 답하지 못한다면 눈앞의 숫자들은 순식간에 ‘기대’가 아닌 ‘경고’로 바뀔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