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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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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은 군복을 입은 한 인간의 존엄이 무참히 짓밟힌 시대의 오점이었다. 간첩 혐의를 뒤집어쓴 유대계 장교 드레퓌스를 향한 편견과 조작, 그리고 침묵의 카르텔 앞에서 대부분의 지식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소설가 에밀 졸라는 펜을 들었다. ‘나는 고발한다’는 한 편의 편지가 정치권과 언론, 사법계를 관통해 흔들었고, 정의의 실체를 드러냈다. ▼졸라의 행동은 단순한 양심의 발현이 아니었다. “누구도 진실의 행진을 멈출 수 없다”는 신념 아래,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고대 중국의 사관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면서도 역사의 펜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졸라는 명예, 생계까지도 내던지고 망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진실은 무겁고, 거짓은 편하다. 그러나 역사는 불편한 진실을 들추는 자의 손끝에서 다시 쓰인다. 지식인이 책상머리에서 현실을 외면할 때, 그들은 이미 지식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정의는 여전히 비용이 든다. ‘양비론’과 ‘중립’이라는 탈을 쓴 비겁함은 졸라가 맞섰던 당시의 침묵과 다르지 않다. 가짜 뉴스와 여론의 광풍 속에서 진실을 말하는 이는 때로 ‘시끄러운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졸라는 알고 있었다. 고요한 다수보다, 외로운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에밀 졸라는 정의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침묵이 죄라는 자각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불의의 성벽에 균열을 냈다. 오늘의 우리는 과연 어느 쪽에 서 있는가. 불의 앞에 눈을 감고, 정의 앞에 입을 닫으며 ‘현명한 선택’을 자처하고 있진 않은가. 진실은 늘 불편하고 정의에는 항상 비용이 필요하다. 졸라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안의 침묵을 고발하라는, 늦지 않은 경고다. 결국 드레퓌스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우리에게도 에밀 졸라들이 있었고, 박정훈 대령도 거짓의 성을 허물고 ‘업무 복귀’라는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진실의 편에 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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