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이 오라하네
기승을 부리던 폭염도 한순간에 속절없이 사라졌다. 날씨도 인생만큼이나 허망하다는 느낌이 부쩍 커지는 계절이다. 이런 초가을이면 높아진 푸른 창공을 보고 싶어지고 가을 냄새가 모락모락 풍겨오는 산과 들판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이런 기분이 든다면 치악산 부곡지구를 찾는 것은 어떨까.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는 원주시 방면의 치악산에 비해 밖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런 덕에 부곡지구는 속세의 때가 덜 묻었다고 할 수 있다. 명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계곡이면 어김없어 난립하고 있는 펜션이니 뭐니 하는 인간의 손때들이 여기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또 치악산의 어느 등산로나 트래킹 코스보다 완만한 지역이어서 트래킹 코스로는 더욱 좋다. 트래킹을 가려면 횡성에서 국도 42호선을 따라 전재를 넘어야 한다. 안흥찐빵으로 널리 알려진 안흥면 소재지를 지나 30여분 정도 달리면 강림면 소재지에 도달하고 오른쪽으로 포장도로를 가다보면 부곡지구 마을 입구에 왼쪽으로 노고소라는 곳이 나온다.
노고소는 태종 이방원과 태종의 스승인 운곡 원천석 사이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노고소와 태종대를 지나면서 길가로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의 자태와 향에 취해 오르다보면 매표소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곧은재까지 4.1km 거리가 흔한 말로 환상의 트래킹 코스로 꼽히고 있다.
부곡 본마을이 나타날때까지 길 양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소나무 숲에 빠져 걷다보면 바로 옆 계곡은 기암괴석과 옥계수로 끊임없이 쉬어 가라고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유혹에 못이겨 명경대처럼 깨끗하고 맑은 계곡물에 살짝 대면 얼음같이 차가워 온몸이 오싹해지며 여름에는 더위를 완전히 보내버린다. 이어 나타나는 부곡 본마을을 지나 치악산 곧은재까지는 편안한 길이다.곧은재쪽으로 올라서기 시작해도 치악산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주변으로 펼쳐지는 갈대숲이 장관이다. 횡성=김대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