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춘문예 심사평]동시 부문

 문단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패기 있는 신인의 등장을 기대하며 본심에 오른 여덟 분의 작품을 꼼꼼히 읽었다.

 그 중 김미숙의 '반딧불이’와 김광희의 '항아리’ '염불’과 김 륭의 '달려라 공중전화’ '배추벌레’와 최효순의 '그릇의 몫’이 비교적 눈에 띄었다.

 거론된 작품마다 개성이 다르고 시를 빚어내는 솜씨도 독특했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소재의 참신성과 형상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항아리’ '염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심의 망으로 걸러내는 장치의 부족이, 최효순의 '그릇의 몫’은 그런대로 동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춘 작품이었으나 나머지 작품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김 륭의 '달려라 공중전화’와 '배추벌레’는 동시가 갖추어야할 덕목인 응축과 운율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응모한 다섯 편의 작품 모두 시적 대상에 접근해가는 방식이 다른 응모자들에 비해 새롭고, 실험정신과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장점 또한 간과하기 어려웠다.

 또한 간결미는 떨어지지만 이 분의 시도 속에 짜여져 있는 서사적 구조엔 식상한 사고를 뒤집어 반전의 묘미를 더하는데 있다. 배추벌레에게 배추는 단순히 먹잇감이 아니라 하늘로 도약하는 디딤돌인 셈이다. 바로 이러한 그만의 개성적인 목소리와 뛰어난 상상력 때문에 이 분의 시가 돋보인다.

 두 심사위원은 오랜 숙고와 논의 끝에 탄탄한 역량과 작품마다 고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김 륭씨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 주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축하를 보내며 대성하기를 빈다.

 권영상·민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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