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에서 올라온 10편의 작품 중에서 특히 '그림자 놀이' '무정' '당신의 엄지' '곰탕' '연변 색시' 등을 관심있게 읽었다.
우선 박물관에서 마련한 '임종체험’ 프로그램 일을 하는 주인공의 과거 어두운 기억과 일상을 교차시킨 '그림자 이야기'는, '삶은 죽음의 그림자 놀이’라는 독특한 해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죽음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 소재가 독특하지만, 과거의 기억 속에 사로잡혀 생활 이전의 자의식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인물의 이야기인데다, 이야기 속의 상징적 장치가 충분히 형상화되어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도시의 이면을 떠도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당신의 엄지'는, 서사를 해체시키고 대신 인물들의 자의식과 심리의 움직임을 원고지 가득 채우고 있는 작가의 언어와 스타일은 결코 녹녹하지 않은 작품이다. 도시를 떠도는 소외되고 고독한 인물의 자의식의 세계를 독특한 스타일로 구축하고자 한 작가의 실험정신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난해하다는 문제점이 남았다.
한편 한 가족이 해체되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살아남은 소년의 시점에서 서술한 '무정'은 그 발상에서 참신함이 있으나, 작품이 스토리 위주로 흘렀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한편 연변 처녀와의 국제결혼이 실패하여 홀로 된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골 노파의, 어느 장날 하루 동안의 나들이 이야기를 다룬 '연변 색시'는 현재 농촌에서 행해지는 국제결혼의 어두운 그림자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리얼리즘의 힘을 재확인하게 해주지만,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늘어져 있다는 점이 흠이었다.
이에 비하면 '곰탕'은 이야기에 충실한 전통적 문법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단숨에 읽히는 작품이다. 여성의 숙명과 그 극복, 취직, 성형 문제 등의 복합적인 의미를 짧은 이야기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이 갔다.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기위해 어머니의 만류를 물리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주인공의 행동에서 진취성과 패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다 읽고나면 뭔가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문제점이었다. 이 아쉬움은 반전이 없는 이야기 구조의 단순함에서 기인하지만, 작가는 모녀이야기를 서로 포개고, 삶과 경기 모두에서의 '포지션', 곰탕집과 경기장 등의 복합적 장치를 통해 이 단순함을 어느정도 완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오랜 논의를 거쳐 '곰탕'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전상국·서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