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함양
배추벌레가 배춧잎을 갉아먹고 있어요
배추 뽀얀 엉덩이를 얼마나 힘들게 기어올랐는지 몰라요
수없이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는 또 얼마나 찧었는지
온몸에 멍이 들어 푸르뎅뎅한
배추벌레에게 배춧잎은 밥이 아닐지 몰라요
미장원에 파마하러 온 동네아줌마들처럼
배추밭에 줄지어 앉은 배추에게
볏짚으로 머리띠 묶어주는
우리 엄마 몰래
날개 만들어놓고 죽은 듯 숨을 고르는
배추벌레 한 마리
마침내 배춧잎 사이로 하늘이
뻥 뚫리고요 팔랑팔랑
배추흰나비 한 마리 날아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