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관광산업에서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관광객의 지갑을 여는 문제다. 연간 8,000여만명의 관광객이 도를 찾지만 그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와 시·군의 관광산업 투자액과 관광객 수용을 위한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면 ‘강원 관광산업은 남는 게 없다’는 냉철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원일보와 도가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 강원 프로젝트’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강원관광을 단순히 경관뿐 아니라 시·공간적으로 디자인해야 관광산업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매출액을 넘어서며 세계 카지노 관광 중심지가 된 마카오.
마카오 카지노산업은 올 1분기(1∼3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한 3조5,50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카오의 매출 급신장은 ‘시간’까지 디자인해 관광객의 소비 기회와 욕구를 키우는데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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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최대 규모 호텔이자 최대의 카지노가 있는 베네시안 호텔.
스위트룸만 3,000여개를 갖춘 규모인 이 호텔 2층에서는 초저녁 분위기를 덮고 있는 ‘하늘’을 볼 수 있다.
구름이 떠다니는 듯한 하늘 아래 운하로 51척의 카누가 다니며 베네치아의 풍경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인공 하늘 주변에는 세계 각국의 명품코너와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바로 아래 1층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카지노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호텔 2층의 또 하나의 특징은 벽면 어디에서도 시계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듯한 초저녁 분위기 속에 들어선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잊은채 쇼핑과 카지노를 즐기게 된다.
2층의 인공 하늘은 하늘만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 5명이 수개월간 작업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 호텔은 투숙객보다 10배 이상 많은 외국인이 찾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의 경우 ‘상술’로만 치부되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마카오는 이 처럼 과감한 ‘시간 디자인’을 통해 관광산업의 최대 목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국내 관광의 경우 그동안 ‘교육’적인 면만을 너무 강조하고 ‘상업’적인 면은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수학여행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시간까지 디지인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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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시안 호텔의 객실로 향하려면 카지노장을 지나게 된다.
카지노 및 쇼핑만을 위해 호텔을 찾는 이들보다 소비능력이 있는 투숙객들은 자연스럽게 카지노장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베네시안호텔 이외의 다른 카지노 호텔들도 이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카지노장은 음식점이나 출입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는 유흥시설 및 카지노장 등이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한 곳에 위치한 국내 대부분 관광시설과는 대조적이다.
베네시안 호텔 관계자는 “관광=소비라는 공식은 어찌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등식”이라며 “관광객들이 보다 쉽고 부담없이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카오의 경우 관광자원이 빈약하고 중국이라는 시장의 특성상 카지노를 중심으로 관광산업이 발달했다”며 “한국의 경우 그 특성에 맞춰 과감한 투자와 디자인이 이뤄진다면 관광산업의 경제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민수 54만명인 중국 특별행정구 마카오 당국이 지난해 카지노산업에서 거둬들인 세수입은 103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마카오=이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