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강원을 디자인 하자]<4>일본 도쿄

밀집된 공간 속 ‘여유’를 만들다

◇도쿄 시가지 곳곳에 조성된 공원은 우거진 나무와 넓은 잔디밭을 갖추고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느끼게 한다.

디자인 강원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모든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지내는 디자인은 일본의 중심 도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약간은 혼잡하고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밀집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여유로운 삶에 필요한 녹지 조성과 공간의 효율적 사용, 보다 안전한 공공시설 등은 분명 강원도가 새롭게 디자인할 공공디자인의 요소가 될 것이다.

가파른 경제성장만큼이나 도시 형성 자체가 빠르게 변화했고 이에 맞춰 자치단체는 건축 기준법이나 도시계획법 등을 정비하고 발 빠른 움직임 속에 아름다운 도시로 부각되고 있다.

#정돈되고 깨끗한 이미지

일본의 4대 도시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이고 일본의 4대 즐거움은 골프, 여행, 가라오케, 세차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세차를 즐거움의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일본 국민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주변 청소부터 할 정도여서 일본의 거리는 아주 정돈되고 깨끗하다는 첫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인도와 차도, 심지어 상가 주변까지 담배꽁초나 휴지조각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의 깨끗함은 도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도시 디자인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필수 요소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경제도시로서 자칫 혼잡하고 바쁘게만 보일 수 있는 도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는 것은 도심 속의 녹지 조성이다.

도쿄 시가지 곳곳에 조성된 히비야 공원, 하마리큐 온시정원 등 대규모 공원은 우거진 나무와 넓은 잔디밭을 갖추고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대규모 공원 외에도 눈에 띄는 높은 빌딩, 대학과 상가 건물에는 어김없이 작은 규모라도 공원화 된 녹지를 만날 수 있어 대도시 빌딩 숲의 삭막함은 금세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브랜드 가치 높이는 건축물

일본의 자치단체들은 현상공모 등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을 배치하면서도 도시의 품격을 높여가고 있다.

또 건축물의 디자인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해 건축 작업의 시간·경제적 낭비를 없애면서 건축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좋은 건축물은 시민이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하고 지역의 브랜드 가치와 도시경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도쿄 최고 건물의 높이조차 갈아치우며 도쿄의 새로운 상징물로 급부상하고 있는 ‘도쿄 미드타운’이 대표적 사례이다.

‘좋은 디자인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도심 속의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지난해 개장한 미드타운은 정교함과 섬세함, 웅장함을 고루 갖추고 있다.

#시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도쿄 미드타운은 미나토구의 롯본기 지역에 있는 옛 방위청 부지에 미쓰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6개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총 사업비만 3,700억엔(한화 2조9,000억원)이 투자됐고 미드타운에 인접한 히노키쵸 공원까지 포함하면 그 부지만 10만2,000㎡에 이를 정도.

높이 역시 지상 54층으로 롯본기힐즈의 모리타워와 층수는 같지만 약 10m가 더 높은 248m로 도쿄 최고 높이의 빌딩이다.

일본 도로 시설물의 형태는 맨홀 뚜껑의 경우 인도 포장재와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고 인도 포장 면과 동일한 높이로 설치돼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시민 편의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도쿄의 복잡한 교통여건을 해소하기 위해 오로지 주차만을 위한 건물들을 손쉽게 볼 수 있고, 빌딩이나 주택 어느 곳이나 빈 공간만 있으면 모두가 자전거나 자동차의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예 일본 당국은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에게는 차량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해놨다고 하니 강력한 규제 속에서 다수 시민의 편의를 도모한 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행자들의 통행이 많은 인도에는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경계석을 높이 만들었다.

버스정류장에는 바쁜 시민들에게 자신이 기다리는 버스가 몇 분 후에나 도착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세심한 배려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도쿄 외곽의 한 도로 보수공사 현장에서는 공사 후 도로에 묻은 시멘트를 걸레질까지 해가며 깨끗하게 마무리짓는 모습은 한국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와 함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쿄 중심부에는 2층 3층 구조로 된 고가도로가 눈에 띈다.

일반 도로로 해소할 수 없는 교통체증을 아파트 형식으로 고가도로를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참신하지만 도심 경관에는 크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진 않았다.

#조화의 아름다움 추구

도시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도시경관과 광고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단속 위주의 행정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아름다운 도시 이미지 창출을 위한 도시미관 조성과 광고물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도쿄 역시 도시의 경관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분위기가 있는 개성적인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04년 6월 일본은 자연경관법을 제정하고 행정적 제도도 정비했다.

정부의 이러한 자연경관법에 이어 자치단체들의 60% 이상이 경관 조례를 제정해 도로와 건물, 간판의 색까지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아름다운 가로 구성이나 건축에 대해 표창하는 경관상도 제정했다고 한다.

도쿄의 경우 역시 경관 조례를 제정해 효율성 있는 옥외광고물 규제 및 유도책을 모색해 왔다.

이를 위해 시민을 포함한 광고협의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법 집행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 광고업 등록 시 디자인 자격 소지자 채용을 의무화하고 건축 허가 시 간판 틀 설치를 의무화하는 세심함으로 결코 잡다하지 않은 통일성 있는 도심 간판 경관 형성을 이뤄내고 있다.

조명시설의 경우 가로등 기둥과 지면 접착부의 볼트 너트를 지하에 매설해 미관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대형 건물 옆 가로수에는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가로등 역시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형태와 재질로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 강원 프로젝트에서도 일본의 수도 도쿄가 보여주는 경관 과제에 대한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은 벤치마킹해야 할 많은 요소들이 있다고 본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지자체 차원의 새로운 경관형성지구의 설정이나 지구별 경관형성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도시경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성숙한 시민의식의 제고 역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일본 도쿄=김영석기자 ston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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