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선을 거쳐 올라온 12명의 작품 가운데 '씨앗', '여름비가', '따뜻하다', '밥풀 묻었다' 등 4편을 최종 심사 대상작으로 골라, 동시는 단순, 명쾌, 소박함에다 동심의 무게가 얹혀 있어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모으고 당선작 선정에 들어갔다.
'씨앗'은 동심의 옷은 입었으나 시적 묘사와 의미(메시지) 매김이 약해서, '여름비가'는 시적 표현과 동심 읽기에는 도드라져 보였으나 신인의 최대 덕목인 신선감이 모자라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끝까지 남은 '따뜻하다(금해랑)'와 '밥풀 묻었다(이무완)'를 거듭 읽으며 장시간에 걸쳐 논의한 결과, '따뜻하다'에는 '동생도 추운 걸까/.../반달처럼 자고 있다/ 나는 초승달이 되어/ 동생을 꼭 안았다'와 같은 빛나는 은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부분 거의가 산문적 진술로 이루어져 시 전체의 긴장감이 지탱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져 '밥풀 묻었다'가 당선작의 자리에 올랐다.
'밥풀 묻었다'도 좀 짧다는 점에서 선뜻 집어 들기를 망설이게 했으나, 신춘문예 당선작이 꼭 길고 무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보아 단순 명쾌하고 동심이 잘 얹힌 이 작품을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선작은 깜찍하고 귀여우면서도 개구쟁이인 어린이 모습을 산뜻하게 떠올린다. 호박꽃 속에서 저 혼자서만 꿀을 따 먹고 꽃가루를 몸에 잔뜩 묻혀서 나오는 호박벌을 통해 그런 어린이를 잘 형상화하였다. 이때 꿀을 '밥'으로, 꽃가루를 '밥풀'로 은유, 시적 긴장감을 높인 솜씨도 좋았다.
그러면서 어린이는 욕심을 부리고 잘못을 저질러도 숨김이 어딘가 엉성해서(밥풀을 묻혀) 금방 눈에 띄어 버리게 된다는 동심 읽기도 돋보였다. 이는 곧 '욕심 부리지 마라. 결국은 드러나게 된다'는 메시지 전달과 다름없다. 메시지를 시의 안쪽 깊이 묻어 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이화주·박두순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