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매서운 질책을 해 주셨던 이순원 선생님께 감사

사실 제게 소설을 쓰도록 꼬드긴 것은 오래전 출근길에 보았던 7번 국도변의 풍경들이었습니다. 시시때때 불어 닥친 황사와 물안개, 산불방지 기간에 보았던 국도변의 불붙은 산들. 물난리에 휩쓸려버린 집들의 잔해, 도로변에 난민들처럼 나앉아 멍하니 해바라기를 하던 마을 사람들과 물에 젖은 짐짝들. 그것은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늘 나의 현재였지만 순간순간 너무 깊고 아득해져서 저는 여러 번 길을 놓쳐버리곤 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써 나가야 하는지, 아직 감도 제대로 못 잡고 있는 저에게 당선 소식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해서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죽을 듯 이 길을 가야 한다는 다짐과 용기가 생깁니다. 소설은 자위가 아니라고 매서운 질책을 해 주었던 이순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게 처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이 있었기에 지금 이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낌없이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주었던 이북 소설교실의 문우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내 소설의 첫 독자였던 당신, 그리고 찬, 은,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포기하지 말라고 힘을 주었던 친구들. 7번 국도변의 길들.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작품을 뽑아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백이(본명:백미주) △1988년 강원대 국어교육과 졸업 △교사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