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빈방이 삶의 의미로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최종심에 올라온 '작살을 날리다', '계곡으로 가요', '손', '빈방', 이상 네 편은 각기 개성은 다르나, 수준은 엇비슷하다고 여겨졌다. 나름대로 산문의 힘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 있고, 자신이 경험한 삶의 한 자락을 들추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절실함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각 세부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여 일관되지 않은 상황이 끼어들거나 작위적인 결말로 빠지거나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일화들이 한데 섞여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당선작인 '빈방' 역시 그런 장점을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약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기본 얼개가 튼튼하고, 이야기 진행이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했다.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적확하게 포착되어 있으면서도 음미할 수 있는 울림이 있는 문장은 독자들에게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 진부한 설정으로 인해 인간관계 혹은 인간성의 좀 더 낮은 곳까지 닿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의 틀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끝까지 단단하게 틀어쥐고 그 안팎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기량에 있어서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오정희·최수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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