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손님 없어 한산…오후 4시면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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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설날 대목 사라진 춘천 전통시장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11시 춘천 중앙시장. 손님이 가장 많아야 할 시간대이지만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다.

식재료 가격 폭등·시국 혼란

불경기 겹쳐 사람 발길 '뚝'

소비심리 냉각 지갑도 닫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춘천 중앙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다. 시골에서 첫 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이 가장 북적일 오전 11시였지만 한산했다.

김재옥(59)씨의 전 가게는 이번 설에 가격표를 바꿨다. 달걀, 배춧값이 배로 올라 동그랑땡, 메밀전, 꼬치전 1만원어치의 용량을 500g에서 400g으로 낮췄다. 마진이 20% 줄지만 손놀림은 분주했다.

난로 하나 켜놓고 야외 매대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노부부는 숙주 나물 상자, 달걀 10판을 가리키며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지갑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들, 딸이 돌아갈 때 손에 쥐여 줄 기름을 짜러 온 이정순(59·춘천시 퇴계동)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지난 추석보다 10만원이 더 들어서 지갑 열기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손자들에게 젊게 보이려 미용실을 찾았다는 신인자(73·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씨는 “경기가 안 좋아 자식들이 말 못하고 고생하는 게 보여 속상하다. 얼른 경기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옷가게들이 몰려 있는 골목은 더 조용했다. 2대째 옷장사를 한다는 A씨(여·58)씨는 “어제는 오후 4시에 집에 들어갔는데 하루 1벌도 못 파는 상인들도 수두룩하다”며 “명절 때면 점심도 못 먹고 온 식구가 장사하던 게 몇 년 전이었는데…”라며 착잡해 했다.

중앙시장 상인들이 유동인구가 많아 경기가 좀 나을 것이라는 온의동 풍물시장으로 가봤다.

춘천 고탄면에서 도라지 등을 들고 나온 김금순(60)씨는 “구경하는 사람만 많지 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화천군 상서면에서 명절을 쇠러 자식이 있는 춘천으로 온 김옥분(75)씨는 “마트에서 양파 하나에 1,000원 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최대한 아껴서 필요한 것만 샀다”고 했다.

25년째 전 가게를 운영하는 김소순(70)씨는 “예전에는 5만~6만원어치씩 사갔는데 요즘은 차례상에 쓸 것만 1만원어치씩 사간다. 팔지 못한 전은 경로당에 드린다”며 “나라가 이 꼴이니 누가 돈을 쓰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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