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국산 목재의 메카, 춘천’ 명성 되찾자

김외정 전 강원대 연구교수
춘천목재협동조합 운영위원장

기후변화협약(IPCC)은 지역 산림에서 생산한 국산 목재를 수명이 긴 목조건축재로 사용하는 것을 탄소중립의 핵심 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목재를 건축재로 사용하면 시멘트·철근에 비해 가공과정에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들어가고 해당 목조건축물이 장기간 탄소통조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건축재 1㎥당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06년 EU 의회보고서가 이 사실을 발표한 이래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들은 목재 이용 확대 관련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실행사업으로 전 세계에 고층 목조건축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플라멩코 도시’로 유명한 스페인의 세비야는 도심에 거대한 버섯 모양의 매력적인 목조건축물 ‘메트로폴 파라솔’을 축조해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일본은 2010년 공공건축물 목재 이용 촉진법을 제정하고 각종 실행사업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학교 건물의 70%를 목질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이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산 목재 이용을 확대하고 동시에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건축법 개정으로 지면 높이와 관계없이 기존 건축물 상부의 목조시설물에 대한 증축 또는 리모델링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목조건축물의 구조재(기둥 또는 보)가 2시간 내화구조로 인증될 경우 최대 지상 12층 또는 높이 50m까지 축조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공립 초·중등학교의 70%가 지은 지 30년이 넘는 2~3층의 노후 콘크리트 건물이다 보니 에너지 성능 기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학교시설을 증·개축하는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프로젝트’가 기둥식 목조건축물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편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옥마을 조성사업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림청은 국산 목재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목재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춘천시가 목재산업단지 조성 사업지로 선정됐고 뒤이어 목재친화도시 조성 공모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5번 국도 원창고개 마루를 지나 춘천시 초입에 이르면 오른편 학곡리 계곡에 목기둥 장승이 안내하는 춘천목재협동조합의 캠퍼스가 펼쳐진다. 이 사업장은 목재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우여곡절 노력 끝에 7월5일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대지 1만여㎡(3,300평), 4개 동 규모의 춘천목재산업단지에는 지난 3년간 조합원 40명의 출자금과 정부지원금을 합한 총 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원목 제재기, 4면대패 가공기, 고주파 건조기, 프리컷가공기 등 최신 설비의 생산라인도 갖췄다.

이제 운영사업이 시작되면 춘천 주변의 풍부한 낙엽송, 잣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의 산림자원을 가공해 구조용 제재목, 원목 마루재, 벽판재 등 고가의 건축부재를 생산하는 ‘목재 혁신 스타트업’이 첫걸음마를 떼게 된다.

모든 신생기업이 그렇듯이 춘천목재협동조합도 초기 운영자금 확보 등 많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잘 해결한다면 춘천의 목재가공산업 생태계 구축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국산 목재 메카 춘천’의 명성을 되찾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학곡리 팀버밸리’ 탄생도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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