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위기의 권성동…강릉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5선 국회의원으로 20년 가까이 정치 활동
그러나 국힘 내부서 탈당 또는 불출마 요구
당 밖에서는 40억 요구설 등으로 설왕설래
세번째 정치적 위기…강릉의 선택이 중요
2028년 총선 전 내년 지방선거가 전초전

◇유병욱 서울본부장

5선의 권성동 국회의원이 처음 배지를 단 때는 2009년 10월이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후 1년 뒤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후 그는 강릉에서 내리 5선을 했다. 국회의원 활동한 기간만 따져도 17년째다.

그동안 권성동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당과 국회에서 중책을 맡았고 국민의힘에서는 원내대표 두 번에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했다. 중앙무대에서도 통하는 그의 무게감으로 해결된 지역 현안도 상당하다.

◇권성동 국회의원

그런 그가 최근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다. 불법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수정당을 이끌었던 권성동에게 당 안팎에서 화살이 겨눠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에게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문수 대통령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했던 당 지도부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은 당시 당을 이끌었던 권영세·권성동의 출당(黜黨)을 요구했고 17일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2004년 37명이 불출마 선언을 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온 중진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사실상 불출마 요구까지 한 셈이다.

당 밖에서는 ‘40억 요구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권 의원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측근에게 40여억 원을 달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통화 녹음에는 정작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통화 상대방인 조모 씨는 40여억 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당사자들을 고발 조치해 결국 이 논란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2024년 12월16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권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변수가 앞으로도 적지 않다는데 있다. 가장 먼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거론된다. 8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에서 친윤세력과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나 한동훈 등이 당권을 잡는다면 또다시 권 의원의 출당 또는 차기 총선 불출마 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또 하나는 검찰 수사다. 앞서 언급했던 40억 요구설은 권 의원에 대해 불리한 말들을 여러 차례 공개한 조모 씨의 진술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보폭을 넓히고 있는 특검 쪽이다. 권 의원이 ‘원조 친윤’으로 불리며 전 정권에서 실세 역할을 한 것은 초기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김건희 여사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는 적어 보인다. 그러나 만에 하나, 어디에서라도 권성동 이름 석 자가 튀어나오면 복잡해진다. 죄가 있든 없든 수사 대상이 되고 그 낙인효과는 상당 기간 갈 수밖에 없다.

◇2029년 6월24일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이던 권성동 국회의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권 의원은 1, 2심 무죄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권 의원은 이미 두 차례의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가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이 있을 때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불구속기소 했으나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사회생이었다. 두 번째는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였다.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을 권성동에게 돌리면서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하지만 그는 불리한 판을 뒤엎고 배지를 달았다.

두 번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한번은 검찰 수사를 통한 법적 문제였고, 또 한번은 당내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논란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다가오고 있다. 그 바람의 세기 또한 만만치 않다. 어쩌면 그의 정치 인생에 세 번째 위기가 될지도 모르는 난관들을 권성동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2020년 4월16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무소속으로 강릉에 출마했던 권성동 후보가 당선 후 부인 김진희씨와 선거캠프에서 환호하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결국 승부처는 강릉이다. 스스로가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유권자인 강릉시민들이 다가오는 2028년 4월 총선에서 과거 2020년 때처럼 또다시 권성동을 선택하면 지금의 위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 반대라면 권 의원의 아성은 무너지고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전초전은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총선 전에 권 의원의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위기의 권성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강릉이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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