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선의 권성동 국회의원이 처음 배지를 단 때는 2009년 10월이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후 1년 뒤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후 그는 강릉에서 내리 5선을 했다. 국회의원 활동한 기간만 따져도 17년째다.
그동안 권성동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당과 국회에서 중책을 맡았고 국민의힘에서는 원내대표 두 번에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했다. 중앙무대에서도 통하는 그의 무게감으로 해결된 지역 현안도 상당하다.

그런 그가 최근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다. 불법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수정당을 이끌었던 권성동에게 당 안팎에서 화살이 겨눠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에게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문수 대통령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했던 당 지도부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은 당시 당을 이끌었던 권영세·권성동의 출당(黜黨)을 요구했고 17일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2004년 37명이 불출마 선언을 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온 중진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사실상 불출마 요구까지 한 셈이다.
당 밖에서는 ‘40억 요구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권 의원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측근에게 40여억 원을 달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통화 녹음에는 정작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통화 상대방인 조모 씨는 40여억 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당사자들을 고발 조치해 결국 이 논란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권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변수가 앞으로도 적지 않다는데 있다. 가장 먼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거론된다. 8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에서 친윤세력과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나 한동훈 등이 당권을 잡는다면 또다시 권 의원의 출당 또는 차기 총선 불출마 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또 하나는 검찰 수사다. 앞서 언급했던 40억 요구설은 권 의원에 대해 불리한 말들을 여러 차례 공개한 조모 씨의 진술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보폭을 넓히고 있는 특검 쪽이다. 권 의원이 ‘원조 친윤’으로 불리며 전 정권에서 실세 역할을 한 것은 초기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김건희 여사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는 적어 보인다. 그러나 만에 하나, 어디에서라도 권성동 이름 석 자가 튀어나오면 복잡해진다. 죄가 있든 없든 수사 대상이 되고 그 낙인효과는 상당 기간 갈 수밖에 없다.

사실 권 의원은 이미 두 차례의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가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이 있을 때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불구속기소 했으나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사회생이었다. 두 번째는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였다.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을 권성동에게 돌리면서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하지만 그는 불리한 판을 뒤엎고 배지를 달았다.
두 번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한번은 검찰 수사를 통한 법적 문제였고, 또 한번은 당내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논란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다가오고 있다. 그 바람의 세기 또한 만만치 않다. 어쩌면 그의 정치 인생에 세 번째 위기가 될지도 모르는 난관들을 권성동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결국 승부처는 강릉이다. 스스로가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유권자인 강릉시민들이 다가오는 2028년 4월 총선에서 과거 2020년 때처럼 또다시 권성동을 선택하면 지금의 위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 반대라면 권 의원의 아성은 무너지고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전초전은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총선 전에 권 의원의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위기의 권성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강릉이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